일본은 소형 주택시장의 천국으로 불린다. 최근 국내에도 원룸 · 기숙사형 주택 등 도시형 생활주택(소형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활기를 띠면서 일본 소형주택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도심 자투리땅을 놀리지 않고 개발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이에 한국경제신문과 수목건축(대표 서용식)은 일본의 소형주택 개발기술과 임대 노하우 등을 살펴보기 위해 '한 · 일 도시형생활주택 연수과정'을 개설,제1기 연수를 지난달 마쳤다. 한경은 앞으로 이 연수과정을 통해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소형주택 동향을 소개하고 투자 가이드도 해나갈 방침이다. 제1기 연수에서 취재한 도쿄를 중심으로 소형주택시장 움직임을 소개한다.

◆불황에도 신개념 소형주택 경쟁 치열

도쿄 시내를 휘감아 도는 전철인 야마노테선.서울 지하철2호선과 비슷하다. 도심을 싸고 도는 황금 노선이어서 야마노테선 주변의 집값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하다.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임대 수요가 풍부해서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 소형 임대주택은 수익률도 당연히 도쿄 순환선 일대가 높다. 야마노테선의 서쪽은 서울의 강남,동쪽은 서울의 강북권에 비교된다. 야마노테선 주변 자투리땅은 대부분 지주나 개발업체들이 위탁받아 개발한 소형 임대주택이 대분분이다. 오래된 주택들은 리모델링을 하느라 분주하다. 66~99㎡의 부지에 지상 2~4층,연건평 99~132㎡ 안팎의 작은 집들이다.

송부길 일본 도시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야마노테선 일대를 빼고는 대부분 소형주택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부동산업체들이 각종 신개념 공간을 내놓고 임대 수요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도쿄,마쿠하리 신도시 등 수도권 부동산관리업체 사무실에는 풀패키지 하우스,게스트하우스,하우스텔.태양열 하우스 등 각종 신조어로 포장된 임대주택들이 홍수를 이룬다.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과 일본인 임대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소형 임대주택이다. 33㎡ 안팎의 방에 1~2인이 거주하도록 꾸며졌다. 주방은 공동 사용이다. 거실 샤워실 화장실은 실내에 배치됐다. 하우스텔은'레지던스 '개념으로 운영하는 소형 임대주택.오사카 난바역 일대 A하우스텔은 실내에 모든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임대를 월세 중심이 아닌 단기 숙박 개념으로 운영한다. 3박4일(2만5500엔)부터 6개월(81만엔)까지 다양하다. 이들 임대주택에는 냉장고 에어컨 침구류 인터넷과 자전거 보관소까지 갖췄다.

기존 게스하우스 형태의 원룸은 주거환경이 열악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실내 편의시설과 공간 효율성을 높여 품질경쟁을 펼치고 있다.

예전에는 흔치 않았던 프라임급 임대주택도 늘고 있다. 아오야마,미나토구 등 고급 주거지역에서는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라는 신개념을 강조한 고급 임대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0~150㎡ 정도의 중 · 대형으로 구성됐다. 단지 내에는 수영장 골프연습장 갤러리 등 특급호텔급 편의시설을 갖춰졌다. 외국계 기업인들을 임대 수요로 잡고 있다. 입주자에게는 프런트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들 고급 임대주택의 월세는 30만~100만엔에 달한다.

◆공공기관도 소형 임대주택 공급

일본의 소형 임대주택 사업에는 민간업체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적극 나선다. 한국의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에 해당하는 공공기관과 자치단체 등이 대단지로 개발하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공급과 관리를 철저하게 이원화해서 운영하는 것도 다르다. 이때문에 공공주택 입주자와 건물의 품질 관리가 철저하게 유지된다. 공급되는 주택 크기와 지역도 다양하다. 우리처럼 서울 외곽에 택지를 수용해서 공급하고 있는 것과도 차이가 난다.

일본은 UR도시기구라는 관리기관이 대부분의 공공임대주택을 관리 · 운영한다. UR의 임대주택에는 원룸 타입부터 패밀리 전용,기숙사형까지 다양하고 단지 내 편의시설도 일반 주거단지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2005년에 완공된 도쿄도 고토구 시노노메 공공주택단지.깔끔한 단지 조경과 도심과의 편리한 연계성,중 · 소형 주택 조화 등으로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는 공공단지다. 아파트형 423채와 기숙사형을 포함해 1000채 이상의 대단지로 구성됐다. 원룸과 3~4인 가족용,노인 세대를 위한 실버주택,젊은 1~2인 거주자를 위한 기숙사형 등 주택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시노노메 UR도시기구 관계자는 "임대료는 주택 크기별로 12만~30만엔 선이고 주택 수가 많은 기숙사형을 빼고는 연중 공실률이 2~5%를 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며 "위치가 좋은 동과 층은 1년 내내 입주 예정자가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유에서 임대 중심으로 정착

일본 부동산시장은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소유에서 임대로 중심축이 확실히 옮겨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주택 임대사업자가 일본 내에서 재벌급으로 성장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일본 최대 임대관리업체인 레오팰리스21 관계자는 "일본의 임대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레오팰리스21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임대주택만도 50만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일본 부동산시장에 특별히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지난 10년간 급성상한 임대관리업계다. 레오팰리스21,에이블 등이 대표적이다. 에이블도 연간 15만채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집주인에게 90% 정도의 고정 임대료를 주고,나머지는 수익으로 가져간다. 이들 업체들은 단순한 임대관리를 넘어 리모델링,주택 개발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토지주들이 이들에게 기획 · 개발 ·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