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주택 가격이 2년 연속 하락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지난 6월 반등에 성공한 뒤 오름폭은 크지 않지만 6개월 가까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복병은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다. 지난 10월 말 현재 1만6467채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악성 물량인 완공된 미분양 아파트도 16개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9127채에 이른다.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부동산 바람이 불지 않는 한 대구 부동산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대구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높은 분양가 때문에 미분양이 쌓였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대구에서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을 넘는 아파트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양한 세제 및 금융 지원으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신규 분양가도 떨어지면 대구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구 공인중개사들은 대구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주요 사업들로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신서혁신도시 건설,동대구역세권 재개발,대구 도시철도 3호선 건설,중구의 도심 리모델링 등을 지목했다.

한국경제신문 한국경제TV 등 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달 18일 대구 달서구 죽전사거리에 건설 중인 '월드마크 웨스트엔드' 모델하우스에서 한경미디어그룹이 인증한 대구지역 베스트공인중개사들과 제23차 부동산포럼을 열고 대구 부동산 시장 동향을 살펴봤다.

이날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대구지역 주택시장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구 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중소형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에 아파트 1만7000여채와 1만6000여채가 각각 입주하지만 2011년엔 5000여채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따라서 주택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중소형 아파트를 매수할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또 대구 지역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 때 다양한 지역개발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포럼 토론회에서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미분양 적체,지역 제조업 위축 등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도시철도 건설,역세권 개발,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다양한 개발사업에 따른 국지적인 부동산 시장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했다.

특히 그동안 개발 소외지역으로 분류됐던 대구 동구지역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용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은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동구에 집중되고 있다"며 "먼저 동구에 혁신도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이 조성되고 이곳과 붙어 있는 경북 경산시(영남대 대구대 등 14개 대학 소재)와 서로 결합해서 첨단 도시로 개발한다는 소식에 이미 이 일대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또 "대구시가 동구 봉무동에 조성 중인 섬유 · 패션 유통단지 이시아폴리스 가동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주변 다양한 부동산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태윤 주민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세권 재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최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미 서울 등 외지인이 동대구역 인근 토지의 80%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3.3㎡당 80만원 선이던 이 일대 땅값이 최근 100만원으로 올랐으며 재개발 사업 진척에 따라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신천동 일대에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벤처밸리와 연계한 복합비즈니스센터,양 · 한방 복합의료센터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칠곡지구가 조성된 대구 북구지역은 도시철도 3호선 건설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됐다. 장명익 영남부동산 대표는 "지난 10월 말 북구에서 대구 도심권인 서구와 중구 수성구 등을 연결하는 도시철도 3호선 건설이 시작돼 2014년 초 개통될 예정"이라며 "그동안 대중교통 여건이 취약했던 북구 지역 부동산 시장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칠곡3지구와 인접한 사수동 지역도 토지보상이 끝나고 주택 등의 개발사업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3.3㎡당 아파트 시세도 인기가 있는 중소형의 경우 700만원 선으로 수성구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 집값을 상당히 쫓아갔다고 말했다.

정용 지부장은 북구 만평로터리 근처 3공단 리모델링 사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성된 지 35년이 넘은 이 공단에 대한 리모델링 용역이 최근 발주됐으며 이르면 2011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경산업이 몰려 있는 이곳이 리모델링되면 서울 구로구의 디지털단지처럼 변신할 것이라고 정 지부장은 예상했다.

중구 도심 리모델링 계획도 주목 대상이다. 중구는 대구 핵심지역인 반월당에서 대구역까지 1㎞가량에 버스 전용차선을 만드는 한편 도로 중심 부분에 10개 테마 마당을 조성했다. 이어 일반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어렵게 하면서 도심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주차장에 1~2인용 도시생활형 주택이 건설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도심 주변에 경북대병원 동산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들이 많아 실버타운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구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승혁 황금부동산 대표는 "인기지역인 수성구에도 미분양이 즐비한데 높은 분양가격이 원인"이라며 "시세를 감안할 때 아무리 높아도 3.3㎡ 800만원대를 초과하면 수요가 없는데 최근 1,2년 사이에 수성구에서 분양된 아파트 3.3㎡당 가격이 1200만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동대구역 근처에서 분양되는 대구도시공사의 청아람 아파트 3.3㎡당 분양가격이 600만원대인데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이 지나치게 비싼 값에 땅을 사들여 현실에 맞지 않는 분양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대구지역 부동산중개사들은 꼬집었다.

대구=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