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투자한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 TR아메리카 등 2개 컨소시엄이 23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이 외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대우건설은 2000년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워크아웃을 거쳐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인수되는 등 풍파를 겪으면서도 최근 3년간 국내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지켜낸 저력을 가진 전통의 건설 명가다.

대우건설은 1973년 11월 설립된 이후 36년간 국내외 건설 시장에서 유수의 공사를 맡으며 한국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1976년 해외건설업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에콰도르, 리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전 세계 42개국의 건설시장을 개척하며 해외건설 붐을 주도했다.

특히 LNG플랜트나 발전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놓은 플랜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는 세계 최단기간 원전 건설기록을 보유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를 비롯해 경부고속철도, 세계최대규모 조력발전소인 시화호 조력발전소, 거가대교, 부산항 3단계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수행하며 역량을 입증해 왔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도 대우건설은 최근 10년간 주택공급실적 1위를 기록하며 현재까지 25만 가구 를 공급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는 GS건설의 '자이', 삼성물산 '래미안',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함께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이처럼 업계 최정상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최근 10여 년간 대우건설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당시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대우건설은 2000년 3월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그해 12월에는 결국 그룹에서 분리됐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건설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국내외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고, 2003년 12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해 `명가'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대우건설은 2005년 말부터 매각이 추진되는 와중에도 꾸준히 시장영향력을 넓혀 국토해양부가 시행하는 시공능력평가에서 2006년 정상에 오른 이후 2007년과 작년에 3년 연속 1위를 지켜내기도 했다.

2006년 매각 당시 10개 컨소시엄이 입찰에 몰리는 `인기'로 기업가치를 증명한 대우건설은 그해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안정된 기반을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재무구조 악화 등 인수ㆍ합병(M&A) 후유증을 앓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에게 제시했던 풋백옵션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재매각을 선언하면서 대우건설은 3년 만에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앉게 됐다.

재매각 과정에서는 유상감자 등 자산변동과 건설경기 하락 등의 요인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본입찰에서 외국계 펀드만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자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대우건설은 이 같은 우려 속에서 국부ㆍ기술 유출 등의 위험요인을 안은 채 외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