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도권 서북부 핵심 주거지역인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2만2000여채가 넘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이는 일산신도시 전체 아파트 물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입주물량이 본격 터져나오는 내년 중반기부터 고양 및 파주 지역 전세가격이 일시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주택업계와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내년 고양과 파주에서 새로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는 29개 단지, 2만2399채로 올해 입주 물량(8630채)의 2.6배에 달한다. 입주 물량이 이처럼 몰린 것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를 구가하던 2007년 고양 식사,파주 교하지구 등에서 아파트 분양이 한꺼번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물량

올 7월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파주시와 고양시의 내년 입주물량은 내년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입주물량(2만3969채)과 맞먹는다. 인천지역 전체 입주 아파트(1만4405채) 보다는 8000채나 더 많다. 경기지역 물량 중에서는 26%를 차지한다.

이 중 고양시의 내년 입주 아파트는 1만3155채.이는 올해 이곳에서 입주된 아파트(5173채)보다 8000채 더 많다.

특히 식사지구 물량이 많다. 이 지구 3개 단지에서 GS건설이 공사 중인 아파트만 4500여채에 이른다. 덕이지구 물량도 상당하다. 신동아건설 동문건설 등이 4800여채의 아파트를 덕이지구에서 짓고 있다. 식사지구는 내년 8월에서 10월,덕이지구는 내년 말 입주가 몰려 있다.

내년에 모두 9244채 아파트가 완공되는 파주에서는 교하지구 입주가 본격 시작된다. 두산건설 벽산건설 삼부토건 등의 아파트가 내년 4~8월 사이 교하지구에서 입주에 들어간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문산읍과 조리읍에서 450여채씩의 아파트를 내년 상반기 준공한다.

이어 고양 삼송지구가 당장 올 연말부터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고 보금자리주택지역인 원흥지구도 사전예약을 마치고 개발이 예정돼 있는 등 당분간 이들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아파트 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일시적 전셋값 하락 가능성

일산신도시 전체 주택수(6만9000여채)의 32%에 달하는 입주물량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고양과 파주지역의 내년 전셋값은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세 수요층이 탄탄한 서울 잠실지역에서 작년 하반기 2만여채의 아파트가 일시에 입주되면서 '역전세난'까지 빚어졌던 점을 감안할 때 주택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주 및 고양지역의 내년 전세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입주자가 아닐 경우 보통 아파트 분양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곳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셋값이 크게 떨어질 경우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의 잔금 마련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다고 함 실장은 덧붙였다.

작년 하반기 송파 잠실 1 · 2 재건축 단지와 반포 자이 등의 아파트 입주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잠실지역 전세가격이 30%나 급락했었다.

잠실은 전세 대기수요자들이 많아 전셋값이 올해 다시 회복됐지만 고양과 파주지역의 경우 수급 불균형 여파가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팀장은 "지은 지 15년이 넘은 일산신도시 아파트 거주자 중 일부가 고양 식사지구 등의 새 아파트로 옮겨갈 경우 일산신도시 전셋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산신도시 건설 이후 고양 지역에서 대규모 택지지구개발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고양지역의 장기적인 수급불균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