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감면 끝나기전 '밀어내기'…내달 3만채 '함박눈 분양'
"늦어도 내년 1월 초 견본주택을 열고 청약을 받아라."

최근 주택건설업체 아파트 분양사업팀마다 특명이 내려졌다. 수도권에서 가능하면 12월 중순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 아파트 분양에 나서라는 게 경영진 주문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는 수도권에서 한시적으로 주어지는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내년 2월11일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을 앞당기면서 분양 비수기인 12월 중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만 3만여채의 아파트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분양물량(3225채)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주택건설사들은 내년 2월11일 이전에 아파트 분양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늦어도 12월이나 내년 1월 초까지 모델하우스를 열고 청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건설사들은 일부 미분양이 생길 것에 대비해 이보다 일정을 보름에서 한 달가량 앞당기고 있다.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은 신규 분양아파트에 대해 경기도 용인,인천 청라 등 수도권 비과밀억제권역에서는 양도차익 전액,서울과 구리 고양 하남 등 과밀억제권역에서는 60% 감면을 계약 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받게 된다.

◆'연말연시 견본주택에서 보내세요'

삼성물산 건설부문,호반건설,현대산업개발 등 7개사는 내달 말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모두 9702채 아파트를 동시분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분양된 영종하늘도시 동시분양보다 많은 규모다. 업체들은 김포 한강신도시가 수도권 비과밀권역이어서 내년 2월11일까지 계약을 한다면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최대한 홍보할 계획이다.

동시분양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물산 관계자는 "10일간의 당첨 부적격자 소명기간 등을 감안할 때 12월 말에 모델하우스 문을 열지 않으면 내년 2월11일까지 모든 계약을 마무리짓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같이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케팅을 위해'연말연시를 모델하우스에서 보내세요'라는 홍보 문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수원에서 아이파크시티 1차 분양에 나섰던 현대산업개발은 2차 분양 시기를 내년 초에서 내달로 앞당겼다. 12월17일 모델하우스 오픈과 함께 2012채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내년 2월11일까지 양도세 혜택 일정에 맞춰 분양 일정을 잡았다"며 "내년 1월보다는 연말이 낫다는 판단에서 2차 분양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우림건설에서 사업을 인수한 용인 중동에서 내달 중대형 아파트 2770여채를 내놓기로 하고 인허가 작업에 들어갔다. 두산건설도 일산에서 내놓는 고양지역 최대 주상복합아파트(59층) 분양시기를 내년에서 이달 말로 조정했다. 2월11일 양도소득세 혜택 만료시점과 분양 아파트수가 2700채에 달하다 보니 일부 미분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분양 시기를 정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12월 분양, 작년 10배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김포 한강신도시 등을 포함하면 12월 중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만 최대 3만채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12월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형 건설업체 분양팀 관계자도 "내년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데다 금리인상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어 업체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활용해 물량을 최대한 앞당겨 공급하고 있다"며 "2000년대 들어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4만여채가 분양된 2007년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청라지구 별내지구 한강신도시 등 공공택지지구는 물론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분양을 미뤘던 민간택지지구에서도 상한제 폐지가 당분간 물건너가자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