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 공급될 서울 · 수도권 새 아파트들이 주변 집값보다 비싸거나 싸게 나오고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으면 인근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르고 반대이면 그만큼 안정세를 보여왔다. 2006년 서울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으로 강북권 집값이 급등했고,이듬해엔 '1 · 11 대책'까지 나오면서 분양가상한제가 등장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고덕 아이파크 1순위 평균 1.85 대 1

우선 서울 강동구 일대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소유자들은 3일 1순위 청약 결과 1.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동구 '고덕아이파크'(고덕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에 주목하고 있다. 3.3㎡당 분양가가 2451만~3079만원으로 비싼 편인 데도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돼 성공적인 분양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신규 분양과 기존 주택을 막론하고 강동구에서 3.3㎡당 분양가가 가장 비싼 178㎡형(34채)만 미달됐다. 고덕아이파크의 분양 성공은 이후 재건축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를 올리는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이후 4000만~5000만원까지 떨어진 인근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시세 회복을 이끌지 주목된다.

고덕2단지 인근의 H공인 관계자는 "고덕아이파크 전용면적 85㎡의 분양가가 8억5000만원 선인데,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인근 고덕2단지 43㎡는 6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분양이 성공할 경우 인근 단지들의 재건축 투자수익 계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하락세를 반전시키기는 힘들겠지만 하락 속도는 둔화되지 않겠느나"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이미영 분양팀장도 "고덕아이파크의 순조로운 분양으로 고덕동 일대에서 분양되는 재건축아파트들은 그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에서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주변 시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11월 중순에 공급될 예정인 '롯데캐슬&대원칸타빌(2190채)'은 정반대의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분양가가 최근 분양된 신규 단지보다 낮아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3.3㎡당 1000만~1100만원으로 인근에서 3년 전 분양된 한라비발디(3.3㎡당 1250만~1480만원)보다 최대 300만원 이상 싸다. 한라비발디 센트럴파크 단지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나 입주율이 20%대에 그친다. 매매가도 분양가보다 3000만~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한라비발디를 비롯한 주변 단지들의 가격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해당 지역 U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롯데캐슬 단지가 청약에서 고전할 경우 처음부터 분양권 매매 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많았던 한라비발디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라며 "입주를 미루고 있는 계약자들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건설사에 대거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수원 분양가 책정 줄다리기

삼성건설이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이달 중 내놓을 '래미안 광교'도 수원과 용인 일대 주택시장의 관심 대상이다. 현재는 3.3㎡당 1490만원을 제시한 삼성건설과 1390만원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수원시가 분양가 책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결정이 되든 1200만원대를 벗어나지 않았던 이전보다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광교신도시와 가까운 용인 흥덕지구와 수원 원천 · 우만동 일대 아파트 주인들은 호가를 몇달 전보다 1500만~2000만원까지 올렸다. 이런 영향으로 광교에서 떨어진 용인권 택지지구에서 래미안 광교보다 3.3㎡당 300만~400만원 높게 공급했던 아파트 단지들은 미분양 해소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