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동산개발업체 헨더슨이 전체 건물을 5700만달러에 매각한 홍콩 컨듀이트가의 한 아파트는 천문학적인 가격과 함께 독특한 구조 때문에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1층부터 차례로 층이 올라가다가 갑자기 40층이 있어야 할 자리에 60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맨 꼭대기 세 층은 각각 66, 68, 88층으로 불린다. 숫자 4를 기피하면서 6과 8을 유달리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40~59층을 지워버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이처럼 고객들이 좋아하는 숫자에 맞춰 건물 층에 대한 명칭을 바꾸는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운이 좋은 숫자'인 층은 비싸게 팔리는 반면에 '재수없는 숫자'는 기피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건물의 층수를 바꾸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호텔업체 MGM미라지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새로 연 만달레이 카지노는 실제 42층짜리 건물인데도 마지막 3층을 각각 60, 61, 62층으로 간주하고 있다. 40층부터 59층은 건너뛰었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마크 리얼티 본사 건물에는 13층이 없다. 전통적으로 13을 싫어하는 기독교 문명권의 영향이다. 또 이탈리아의 많은 호텔들은 17번 방이 없다. 로마 숫자로 17을 뜻하는 'ⅩⅦ'이 묘비에 쓰이는 라틴어 'VIXI'와 비슷해 재수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