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하늘도시 분양이 다른 청약단지와는 딴판으로 참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동시청약 3순위까지 6개 단지 7740채 공급에 2041채가 미달된 데 이어 29일 '한라비발디'도 1순위 청약에서 1365세대 모집에 83명만이 신청,93.9%인 1282세대가 미달됐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청라지구 3개 단지는 평균 2.8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열기를 이어나갔다.

둘 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한 지역임에도 상반된 청약 결과가 나온 이유로 전문가들은 개발계획의 차이를 지적했다. 영종신도시는 영종브로드웨이,MGM스튜디오 및 테마파크 등의 개발계획을 내놨지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외자 유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실적을 보여주지 못해 수요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는 것이다.

반면 청라지구는 국제업무타운과 첨단산업단지 등 업무지구 개발계획의 시행자로 인천시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서 현실성을 인정받았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인천공항만으로는 영종하늘도시의 대규모 주택공급을 소화할 수 없고 다른 개발계획도 불투명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도시 가치는 업무지구에

영종과 청라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업무지구 개발의 중요성은 이후 2기 신도시 및 수도권 택지지구 개발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김포,파주,검단,동탄1 · 2,판교,광교,양주 등 2기 신도시는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30~40㎞ 바깥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베드타운으로서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져,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는지가 도시 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현실적으로 부가가치와 생산력을 창출할 수 있는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지가 도시의 가치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계획 및 현실성 살펴야

신도시 업무지구 개발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개발계획의 테마와 현실성을 살펴야 한다. 단순히 인근에 위치한 산업단지 등에 의존하기보다는 도시가 독자적인 생존력을 갖추고 주변 산업 인프라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수원지방법원과 검찰청 이전 등 지자체의 도시 활성화 의지가 강한 광교신도시나 KTX(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복합단지 개발에 나서는 동탄2신도시 등이 단적인 예다.

개발 테마의 독창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포신도시는 영상문화산업도시,고양 삼송지구는 미디어파크 등을 내세우며 자족기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서울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일정부분 겹친다.

개발계획의 현실성도 따져봐야 한다. 4060만㎡에 이르는 대규모 업무 ·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송도신도시의 경우 외국자본 유치 난항으로 인천타워 등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근 지역과의 경합 가능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2기 신도시와 기타 택지지구의 개발은 대략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마무리된다. 한정된 기업 투자를 놓고 각 지역이 경합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경기 남부권에서는 광교신도시와 동탄2신도시,오산 세교 지구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만 마무리되면 끝나는 주거단지와 달리 업무지구는 자리를 잡을 때가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1990년대 초에 입주가 끝난 분당신도시도 정자동의 주상복합단지가 자리를 잡기까지 10~15년이 걸렸다"며 "업무지구를 중심으로한 도시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까지는 지금부터 20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