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2~6가 특화거리 조성…보전 위해 조례 개정

서울시가 현재 재개발을 위해 대규모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종로구 피맛길 가운데 아직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을 원래 모습대로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는 종로와 돈화문로간 3.1㎞의 피맛길 중 철거 재개발 사업이 이미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교보빌딩~종로2가간 0.9㎞를 제외한 나머지 종로2~6가 2.2㎞ 구간을 '수복 재개발 구간'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수복 재개발은 해당 지역이 고유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철거 재개발은 최대한 지양하고 지저분한 곳만 손보는 방식으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시는 85억여원을 투입해 내년에 종로2~3가 750m 구간, 2011년에는 종묘~종로6가 750m구간과 돈화문 700m구간의 보도, 하수도, 가로등, 전신주, 광고물 등을 정비하고 구간별 특성에 맞게 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이 구간에는 해장국집과 보석가게, 주점 등이 많지만 단절된 구간이 많아 통행이 불편하고 실외기(室外機)나 전신주 등 시설물이 난립한 상황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피맛길 정비방안 용역을 내년 3월까지 완료하고, 민ㆍ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개발 과정에서 도로의 폭이 늘어나 피맛길의 원형이 훼손되는 경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 일대를 전통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이미 구역 지정이 된 철거 재개발 구간(청진ㆍ공평구역)도 골목길만은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도록 원설계자와 협의해 지구별 건축계획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보도의 패턴이나 상가 입면이 전통성을 띠도록 하고 피맛길 디자인 및 상가 인테리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맛길은 2000년대 초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청진ㆍ공평구역에 제일은행 빌딩과 르메이에르 빌딩 등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전통을 말살하는 '막무가내식' 재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 관계자는 "대규모 철거방식 재개발 이후 들어선 점포들의 규모가 크고 업종도 변경돼 고유의 골목길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며 "미개발 피맛길도 지나치게 낙후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상권이 침체됐다는 점을 감안해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피맛길 = 서울 종로에 있는 조선시대의 골목길. 일반 백성들이 종로를 다니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닌다는 피마(避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종로와 돈화문로에 폭 2~3m, 길이 3.1㎞로 좁고 길게 형성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