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비리 수사와 담합 의혹 조사로 대형 건설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공공공사 입찰과 재건축 · 재개발사업 수주과정에서 공무원과 건설업체,하청업체,조합 간의 유착 비리 가능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두 기관의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서나

16일 건설업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10대 대형 건설사 가운데 현재 검찰과 경찰의 수사선 상에 오른 업체는 확인된 곳만 H,D,L,K,S사 등 5곳이다.

검찰은 "비리 의혹이 있어 수사하는 것이지 건설업계를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특정 업계에서 대형 업체의 절반 이상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업계는 '전방위 수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공정위까지 나서면서 건설업계는 "4대강 사업 등 대형 사업을 앞두고 대규모 비리 수사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한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에 선정된 사업자는 국내 대형 건설업체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특히 건설비리 수사와 관련,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연루 여부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사업 인허가 과정을 비롯 공공공사 발주 과정에서 업체와 공무원 간 유착 비리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검찰은 한 대형 건설사가 경기도 A시의 시청 공사를 따내면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를 진행하는 등 건설사와 지자체 간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재개발 · 재건축 사업도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실제로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조합 간부들이 시공사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공금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가 적발됐고,공무원이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조합과 상가 분양업체 사이에서 자금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현직 경찰관을 체포했다. 해당 경찰관은 이전 조합장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건축 업체들과 결탁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바짝 긴장

건설업체들은 검찰 수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한 정보 수집에 나서는가 하면 소나기를 피해가기 위한 내부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인 D건설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맥 학맥 등을 총 동원해 검찰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의도와 수사 확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S건설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이 건설비리와 관련한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무리한 들쑤시기'라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KTX 부실공사 의혹과 관련한 한국철도시설공단 수사의 경우 공단이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 대신 국내에서 부품을 생산해 값싸게 조달하는 업체를 선정했는데도 검찰이 첩보에만 근거해 수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또 개인 차원의 비리가 건설업계 전반의 부패로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경기도 오산 아파트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을 받았던 D사 관계자는 "인허가 주체는 시행사여서 우리와는 관계가 없고 시행사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이 있지만 그건 직원 개인의 비리"라고 강조했다.

임도원/조성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