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5층짜리 사무용 빌딩을 소유한 김모씨(62)는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바로 앞에 있는 빌딩에 비해 임대료 수입이 지나치게 적다면서 임대 소득을 축소 신고한 의혹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씨는 "바로 앞에 있는 빌딩은 지어진 지 2년된 신축 빌딩이고 내가 소유한 빌딩은 1990년대 중반에 준공된 것"이라며 "3.3㎡당 임대료만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국세청에서는 지번만 보고 '땅값이 비슷한데 임대료가 이렇게 차이날 수 있느냐'고 특별조사 공문을 보내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피스가인 테헤란로.이곳에 번듯한 빌딩 한 채를 마련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꿈꿔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중소형 노후 빌딩을 보유한 건물주들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로 곤혹을 겪고 있다. 빌딩 임대료가 떨어진 데다 그나마도 공실이 늘어나면서 임대소득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테헤란로에서 30년 가까이 오피스 매매 및 임대를 중점적으로 중개하고 있는 D공인 대표는 "보증금과 월세를 합한 신축 오피스의 임대료가 3.3㎡당 600만~700만원이라면 10년 이상된 오피스의 경우 250만~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엘리베이터 등 편의 시설이 부족하거나 보안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아 임대료가 낮아도 임대가 잘 안 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테헤란로도 중심지보다는 이면도로 등 주변부부터 공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임대료 하락에도 매매가는 빌딩의 규모나 노후도에 상관없이 조금씩이나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빌딩 소유주들은 대부분 자금 여력이 충분해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가지고 있는 오피스를 섣불리 매도하지 않는 반면,갈 곳을 찾지 못하는 시중 유동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오피스 시장에는 여전히 매도자보다 매수 희망자들이 훨씬 많다"면서 "지난해 말 테헤란로 인근의 빌딩을 사서 환차익까지 본 싱가포르 교포가 최근 추가로 빌딩을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