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건설사 구조조정 당시 C등급(부실 징후)을 받은 A건설사 직원들은 지난달 웃다가 울었다. 경기도에서 수주한 900억원 규모의 공공공사가 올해부터 사업에 들어가면서 회사의 자금 사정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공사이행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연대보증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이행보증서를 끝내 발급받지 못할 경우 향후 공사 수주에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업까지 어려움을 겪게 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경남기업 풍림산업 우림건설 월드건설 등 7개 건설사들은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국내외 공사 수주부터 준공단지 입주 등의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에는 보증금융기관들은 신규보증에 대해 적극 협조하거나,보증을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손실부담확약서를 써준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 현장에서 심각하다. 올 들어 보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주를 포기한 해외사업장이 7곳 39억달러에 이른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수주를 하려면 입찰과 공사이행에 대한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보증해줄 해당 기관들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업이 끝난 아파트 단지에 대한 하자보수증권이 발급되지 않아 경기도 화성시 등지에서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단지들이 발생했다.

워크아웃을 받는 7개 건설사는 보증 문제를 풀어달라며 최근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에 건의서를 냈다.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워크아웃 건설사가 살아나려면 해외 수주가 필수"라며 "보증서 발급은 기업 정상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각종 보증을 진행하는 서울보증보험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보증 한도는 각 구조조정 건설사의 채권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라며 "주채권은행들과 보증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