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부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작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지속됐던 아파트값 내림세가 지난 4월부터 오름세로 반전돼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권 거래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은 것) 일색이던 분양권에 웃돈이 붙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지방 아파트값 회복세 뚜렷

5일 지방 중개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1동 두산아파트 79㎡형 매매가격은 지난 3월보다 2000만원 올라 1억4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전셋값도 오름세다. 108㎡형은 같은 기간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에서 최근 2000만원 정도 올랐다. 북구 화명주공을 재건축한 롯데캐슬의 분양권도 109㎡(33평형)의 경우 지난 2월 1억4500만원 선에서 최근 1억9000만원까지 뛰었다.

2006년 말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대구 주택시장도 활기가 돌고 있다. 중 ·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젊은층 수요가 많은 칠곡3지구의 경우 지난 3월보다 10% 정도 오르면서 매매호가가 79㎡형은 단지에 따라 1억~1억4000만원,108㎡형은 1억8000만~2억3000만원대까지 형성됐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지사장은 "3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대구지역 집값이 지난 7월 플러스로 전환된 뒤 최근 석 달 동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둔산지구 내 가람아파트와 국화아파트 89㎡형 전세는 올 3월 9000만원에서 현재 1억1000만원 선,105㎡형은 1억2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 선으로 뛰었다. 국화아파트 중간층 105㎡형 매매호가는 종전 1억5000만원 선에서 2억1000만원 선으로 6000만원이나 올랐다. 이 같은 회복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사들도 지방 신규분양 서둘러

지방 아파트 신규 공급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건설사들도 행보를 달리하고 있다. 벽산건설은 올초부터 공급을 미뤄왔던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재개발 단지를 이달 중에 내놓기로 했다. 전체 1682채 규모의 대단지이고,일반분양 물량이 1075채에 이른다. 대우건설도 울산 신정동에서 1280채의 중 · 대형 단지를 선보일 예정이고,충남 당진에서 898채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듯 건설사들이 속속 신규분양에 나서면서 이달 중 부산 울산 대전 충남 등에서만 1만여채가 쏟아질 전망이다. (부동산1번지 집계)

지방 분양단지들의 청약 열기도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이 최근 경남 거제시 수월 택지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거제 수월 힐스테이트'의 경우 최고 청약경쟁률이 56.4대 1을 기록하면서 모든 아파트가 순위 내에서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선보인 부산 화명동'롯데캐슬 카이저'도 전체 925채에 대한 청약신청을 3순위까지 받은 결과,2287명이 몰려 간단히 모집인원을 넘겼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3순위에서 청약자가 몰린다는 것은,DTI 규제를 피해 갈 곳을 찾지 못한 서울 · 수도권 투자자들이 지방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미분양아파트도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6월에 신규분양을 했던 대전 도안신도시 내 '파렌하이트'단지의 경우 지난 한 주 동안 매일 전체 아파트(885채)의 1%(8~9)씩 팔려나갔다. 이로써 초기분양을 시작한 이후 석 달 만에 계약률이 55%를 넘어섰다.

올초 광주 수완지구에서 새 아파트를 내놨던 GS건설도 "최근 미분양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초기 30~40%에 불과하던 계약률이 지난달 말 80% 선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대전 파렌하이트 사업자인 피데스 김승배 사장은 "기존 집값이 뛰는 바람에 신규 아파트 갈아타기에 대한 자금 부담이 줄어든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택가격 상승과 미분양 아파트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웃돈이 붙은 지방 아파트 분양권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순위 안에서 청약이 마감된 거제시 양정동 힐스테이트(현대건설) 아파트 분양권은 동 · 향 · 층수에 따라 최고 1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