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민간 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일단 폐지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경기 회복으로 부동산 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어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안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며 "현재로선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다만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일부 지역 등에 한해 상한제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당정 간에 막판 절충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조만간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제 유지 배경

정부 · 여당이 적극 검토해온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무산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옴에 따라 그 배경과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은 최근까지만 해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되,시행 시기만 경기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유력하게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한제 폐지로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가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다분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제기되면서 상한제 폐지 백지화로 분위기가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국선진화포럼 초청 조찬 강연에서 "전국적 부동산 과열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국지적 불안은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주시하며 적기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정책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수도권 확대,투기적 수요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 등 다양한 규제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상반된 효과를 불러올 '상한제 폐지'라는 규제 완화책을 함께 동원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간택지에 국한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 · 재건축 아파트 수익성 증대→투기적 수요 유발→주택가격 상승→고분양가 아파트 양산→주택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신규분양시장이 급격히 호전되고 주택가격이 회복되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상한제 폐지에 편승,분양가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이에 따라 집값이 다시 오르는 연쇄효과도 예상됐었다.

◆국토부는 폐지 입장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여당 사무총장인 장광근 의원이 상한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고 민간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지은 마당에 왜 다른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무주택자를 위한 중소형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더라도 민간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지 않으면 주택 수요를 맞추지 못해 2~3년 뒤에 집값 급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민간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민간택지내 신규 아파트 사업 추진을 미루거나 중단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민간택지에서 공급된 민영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5년 22만3000여채였으나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에는 19만5000여채,올 들어 9월 현재까지는 3만4000여채로 급감했다. 공공택지내 민간아파트와 공공아파트를 합치더라도 올해 정부의 주택공급(인허가) 목표 물량인 수도권 25만채,전국 43만채 달성은 불가능한 상태다.

장규호/구동회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