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에서 '녹색 성장'이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국내에서 민간기업 주도의 첫 녹색 건축 기술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대림산업은 24일 한국FM(Facility Management)학회와 공동으로 녹색 건축 활성화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대림주택문화관에서 정부 학계 건설업계 관계자 500여명을 초청,녹색 건축 세미나 및 신기술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친환경 · 저에너지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12가지 핵심 기술이 공개됐다. 아울러 이 같은 녹색 건축 기술의 국산화 및 실용화 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세미나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의 기조 연설을 맡은 김진균 서울대 교수(건축학부)는 "학계는 그린홈 요소 기술,건설업계는 그린 건축모델,정부는 그린홈 지원정책 개발에 각각 나서야 한다"며 "이들 세 부분(관 · 산 · 학)이 협업을 통해 녹색 성장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3개 세션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대림산업은 녹색 건축의 민간 보급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 아이디어와 고객 및 산업 부문별 실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우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의 국산화를 유도하고 에너지 소비총량제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기존 건축물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려면 저에너지 건축물로 리모델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녹색 건축 기술의 적용을 고려한 디자인 개발과 건축물뿐만 아니라 실제 공사 전 과정에서의 저탄소화를 위한 '그린 컨스트럭션(Green Construction)'도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림산업은 대림주택문화관 내 마련한 전시장에서 그동안 대림이 국산화하고 실용화한 녹색 건축 기술 12가지를 선보였다. 건축요소기술 7가지,설비요소기술 2가지,전기요소기술 3가지 등으로 실제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고 경제성을 갖춘 핵심 기술이다. 이 중 진공복층유리 시스템과 건식외장단열 패널 시스템 등 6가지 기술은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대림산업은 이들 기술을 참가자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 호응을 받았다. 특히 이날 전시회는 막연히 보여주기만 하던 기존의 전시 방식에서 탈피해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 기술과 상용화를 위한 각종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와 세미나에서 제안된 내용들은 우리나라 기후와 지형에 맞는 녹색 건축의 국산기술 개발과 적용,보급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냉난방에너지 제로(0)하우스를 짓는 것은 이미 개발된 국내외 기술로도 가능하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있는 기술 개발과 이들을 어떤 비율로 조합해 하나의 건축물에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대림산업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요소기술(Passive)로 전체 냉난방 에너지를 80% 줄이고 나머지 20%는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Active)로 전체 화석연료 소모량을 제로화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결론지었다. 대림산업은 이를 기반으로 2012년까지 경제적이면서도 실제 활용이 가능한 국산 녹색 건축기술로 '에코 3리터(Eco-3L) 하우스'를 완성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이를 위해 지난해 친환경 저에너지 비전을 선포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작년 '울산 유곡 e-편한세상'을 비롯해 확장형 평면 기준으로 냉난방 에너지 30% 절감형 아파트를 업계 최초로 7개 현장에 공급했다. 올 들어서는 40%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형 아파트를 건설 중이다. 내년에는 진공복층유리 시스템과 건식외장단열 패널 시스템 기술로 냉난방 에너지 50%를 절감한 'e-편한세상'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공동 개최한 최재필 한국FM학회장(서울대 건축학부 교수)은 "설계,시공,운영 등 녹색 건축의 전 과정을 망라한 이번 행사를 통해 향후 녹색 건축 정책이 보다 실용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며 "이번 행사는 민간 기업들이 녹색 건축에 대해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언급에 머물렀던 데서 벗어나 실용기술 개발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