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에서는 '공공관리자 제도'의 첫 적용 대상지인 '성수 전략정비구역'의 추진위원장 및 감사 선거가 치러졌다. 공공관리자 제도란 재개발 사업을 하면서 서울시나 관할 구청 등 공공 기관이 전 사업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성수구역에선 4개 지구로 나눠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추진위원회도 4곳이 구성된다. 특히 지구마다 3~5명의 위원장 후보자가 등록,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사업 이권을 노린 정비업체마다 대규모의 행사 도우미를 동원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여느 재개발 선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단 한 명의 도우미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성동구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채웠다.

3지구 내 청구아파트에 사는 전희숙씨(54)는 "선거 기간 중 배포된 유인물과 합동 연설회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프로필이나 공약 등을 비교할 수 있었다"면서 "주민들의 이익을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1지구 내 빌라를 소유한 홍성옥씨(48)도 "연설회를 보고 추진력이 있어 보이는 후보자를 선택했다"며 "대가나 친분 관계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4지구 정비사업 용역을 맡은 동해종합기술공사의 최만수 부장은 "성동구가 선거를 직접 관리하다 보니 조합원 자격을 갖춘 주민들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민간이 할 때보다 신뢰성이나 투명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 추진위 선거의 직접 투표율은 고작 10% 정도에 그쳤다"며 "추진위원장이 누군지도 모른 채 동의서에 인감을 찍는 간접투표를 포함하더라도 50%를 간신히 넘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선거는 투표 종료 30분 뒤인 오후 6시30분에 바로 결과가 공개됐다. 4개 지구를 합쳐 4407명에 달하는 주민 가운데 1880명이 투표에 참석,42.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