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내리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짓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한국토지공사가 특정 지역에서 공공주택 모델하우스 설치를 사실상 권장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조성 중인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의 아파트 분양이 11월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과 호반건설이 각각 11월과 연말에,동문건설 우림건설 동원개발 등은 내년 초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다른 곳에 있는 기존 모델하우스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공사가 모델하우스 설치를 권장하고 나서 건설업계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토지공사는 최근 삼송지구 공동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업체들에 모델하우스 부지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삼송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 8개 필지를 모델하우스 부지로 지정하고 이곳에 모델하우스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졸지에 수십억원을 들여 현장에 모델하우스를 지어야 할 판이다. 삼송지구 조성사업을 맡고 있는 토지공사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서다. 이미 2~3개사가 토지공사와 모델하우스 부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이 짓는 아파트는 모델하우스 설치를 전면 금지하고 민간 건설업체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 마당에 공기업이 나서서 모델하우스 부지를 제공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이 짓는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짓지 말라고 했을 뿐이지 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0일 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지자체,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건설 ·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모델하우스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민영 아파트도 실물보다는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활용하도록 유도해 달라고 각 지자체에 당부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