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안평대군의 옛 집터에 있었던 '기린교(麒麟橋)'로 추정되는 돌다리가 종로구 옥인동 옥인시범아파트 옆 계곡에서 최근 발견됐다.

기린교는 1960년대 옥인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사라진 것으로 그동안 알려졌다.

서울시가 철거할 예정인 이 아파트의 옆 계곡 암반 벽 사이에서 발견된 돌다리는 가로, 세로 약 35㎝, 길이 3.7m 정도인 장대석 두 개를 붙여 만들었고 다리 폭은 70㎝ 정도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 중 수성동을 그린 그림 속 돌다리나 1994년 출간된 '서울육백년'(대학당)의 '수성동에 걸려 있던 기린교 돌다리'라는 설명과 함께 실렸던 1950-60년대의 사진 속 돌다리와 모양이 같다.

수성동은 현재 종로구 누상동과 옥인동의 경계 지역의 당시 지명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기린교는 원래 안평대군(1418-1453)의 집이었던 인왕산 기슭 수성동(水聲洞)에 있었다.

서울시 문화재위원인 손영식 전통건축연구소장은 "수평으로 놓은 다리이면서 교각이 없는 독특한 양식으로 소박하면서도 품위 있으며 원형이 잘 보존돼 보물로 지정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며 "겸재의 그림에 나오는 다리와 모양이 같고 위치도 비슷해 기린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시대 다리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50여개 정도이고 원형이 완벽하게 보존된 것은 20-30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설명: 옥인동에서 발견된 돌다리(위)와 겸재 정선이 수성동을 그린 그림>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