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05조원의 거대 부동산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폐합돼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밑그림이 나왔다. 2012년까지 24%의 인력을 감축하고 중대형 분양주택,신도시 · 택지 개발 등 민간과 경합하는 부문은 과감히 기능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서민주택 등 공공이 담당해야 할 핵심분야 위주로 조직과 기능을 개편하겠다는 뜻이다. 급여체계도 전 직원 연봉제로 바뀐다.

이지송 사장 내정자(사진)는 8일 "업무수행 능력을 인력조정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며 "일 잘하는 직원이 집에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력 2012년까지 단계적 감축

통합공사는 본사 조직이 12개 본부에서 6개로 축소된다. 그 대신 각 본부는 택지개발부터 주택건설까지 모두 관장하는 '보금자리본부'처럼 이른바 '자기 완결형 조직'으로 바꾸기로 했다. 프로젝트별로 조직을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주공과 토공을 합쳐 모두 24개인 지사도 13개로 통폐합하고 지역본부장 중심 체계로 개편해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인력의 경우 기능 및 조직개편에 따라 현재 정원(7367명)의 24%인 1767명을 감축하되 고용안정을 감안해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 가운데 중복 · 폐지 · 축소기능 등에 따라 1400명을 줄이고 아웃소싱 등 경영효율화를 통해 499명을 감원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조직 안정 차원에서 지난 2년간 없었던 신규채용을 통해 132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전 직원 연봉제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경영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공,토공 모두 현재는 직급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는 상태로 평균 인건비가 직원당 4900만~5000만원 선으로 추산된다. 인건비 총액은 주공이 2100억원,토공은 14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직급 호봉제는 각종 수당 등이 따라 붙어 급여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연봉제를 도입하면 연봉과 성과급으로 급여체계가 단순해지고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형 분양주택 공급 폐지

통합공사의 기능도 민간부문과 경합하는 부문이 축소 또는 폐지된다. 우선 신도시 개발과 택지개발,도시개발사업,재개발 · 재건축 등 4개 기능을 대폭 축소키로 했다. 신도시 및 택지개발의 경우 주택보급률 상승 등으로 대규모 개발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정부의 '도심주택 공급 확대'원칙과도 배치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대형 분양주택공급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임대주택운영 등 6개 기능은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중대형 분양주택의 경우 △민간 공급 위축이 삼각해 공공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 △주거환경개선(도시재생) 사업에서 불가피하게 중대형이 필요한 경우 △택지개발지구의 '소셜믹스'구역 등 불가피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중대형을 공급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았다.

반면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과 공급,토지은행(랜드뱅크),녹색뉴딜 등 3개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도시 근교에 들어설 보금자리지구 개발에 집중해 '수요가 있는 곳'에 서민주택 공급을 늘리고 토지 비축기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본사 이전지 여전히 '검토 중'

이날 회견에서 권 차관과 이 사장 내정자는 통합공사의 본사 이전 대상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문제인 데다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주공은 진주,토공은 전주로 각각 이전하기로 돼 있었다. 권 차관은 "지금은 통합공사 출범과 조직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며 "통합작업이 마무리된 뒤에 지자체 등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구조 안정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양 공사의 부채는 86조원(금융부채 55조원)으로 2014년 말에 가면 금융부채만 154조8000억원(금융 부채비율 403%)에 달할 전망이어서 대규모 부실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통합공사는 조직 슬림화,전 직원 연봉제 등 경영개선과 함께 중복자산 매각,재고토지(13조원) 및 미분양주택(3조원) 조기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