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출처 조사, 대출 규제 강화 예상으로
잠실5, 고덕 주공 등 1천만원 낮춘 매물 나와

잘나가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매수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구입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고, 조만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를 강화하는 내용의 추가 대출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3일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 중개업소에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문의전화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일부 단지는 이번 주 들어 가격을 낮춘 매물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 중에는 호가를 1천만~2천만원 낮춘 12억5천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 대기자들은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출처 조사를 한다니 매수자들이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쉽게 덤벼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권은 투기지역이어서 이번 DTI, LTV 대출 규제와 무관하지만 정부가 전반적으로 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가격 변동이 없지만 자금출처 조사 등의 여파로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자금출처 조사에다 강남권도 대출 규제가 추가로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래는 잘 안 된다"며 "다만 재건축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집주인도 가격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강동구 고덕지구 재건축 단지도 이번 주 들어 오름세가 주춤해졌다.

강동구는 투기지역에서 해제된 상태여서 이번에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DTI가 다시 적용되고, 현재 60%인 LTV도 40%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부 매도자들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집을 팔기 어려워질까 봐 종전 호가보다 1천만원씩 낮춰 매물을 내놓기도 한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소나기를 피해간다'는 심리가 퍼져 당분간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재건축을 사는 사람 가운데는 실수요자도 적지 않다"며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이 진행된다면 자금출처 조사나 대출 규제 강화가 상승세를 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