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세대 · 다가구주택이 여기저기서 헐리는데 공급은 가뭄이니 전세난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이죠."

부동산중개사들은 수도권 일대의 다세대 · 다가구주택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30일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시작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된 전셋값 불안 요인인 수급 불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7월 주택건설 인허가(앞으로 공급될 물량) 실적에 따르면 작년 7월보다 다세대 · 다가구 · 단독주택은 84.9%나 줄었다. 지난해 1~7월 2만460채에 달했던 다세세 · 다가구 · 단독주택의 건축 인허가는 올해 같은 기간 15%인 3084채로 급감했다. 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45.5% 줄어든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두 배에 육박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7월 다가구주택은 1만1200채,단독주택은 3588채가 건축 인허가를 받았으나 올해는 7월까지 각각 735채,274채로 10%에도 못 미친다. 다세대주택도 같은 기간 17만9356채에서 올해 2446채(1.3%)로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지분쪼개기'형 다세대주택 인허가가 급증한 것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심각하다.

인천시와 경기도에서도 아파트 인허가는 각각 181.2%와 56.6%로 늘어난 반면 다른 주택은 두 군데 모두 48%나 줄었다.

아파트의 경우 건축 인허가를 받고 완공까지 2년 정도 걸리지만 단독주택 및 다세대 · 다가구주택은 3개월 내에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허가 감소는 곧바로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처럼 다세대 · 다가구주택의 수급 균형이 크게 무너지면서 주택 임대시장에서 서민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성림공인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입지에 따라 전세가가 전혀 오르지 않은 단지도 있는데 다세대 · 다가구는 입지에 상관없이 1000만~2000만원 정도 전세가 올랐다"고 말했다.

재개발전문업체 예스하우스의 전영진 사장은 "다가구 · 다세대주택의 심각한 수급불균형은 몇년 전부터 예견했던 일"이라며 "수도권 일대의 주요 빌라 밀집지대가 잇달아 재개발 지역으로 묶이면서 신축이 안돼 공급은 줄어든 상태에서 노후주택이 연이어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한꺼번에 철거되지 않도록 재개발구역의 사업추진 속도를 공공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사장은 "이미 수급불균형이 악화된 상태에서 사업속도 조정은 의미가 없으니 잠시 부작용을 겪더라도 빨리 재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말 서울지역 전셋값은 작년 말 대비 4.9% 올랐다. 8월 초 0.1%였던 주간단위 상승률이 8월 말에는 0.22%까지 커지는 등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