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이주수요 급증..공급은 오히려 감소
재개발 단계 추진 등 수요 분산이 근본 처방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이사 수요, 주택 공급물량 감소, 재개발ㆍ뉴타운사업 이주 수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전세난은 쉽사리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당장 진정시킬 묘책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세난 재발을 막기 위해 재개발ㆍ뉴타운 이주수요 분산, 소형 임대주택 확대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수급불균형 근원은 재개발 이주수요
전세난의 원인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경기회복으로 인한 이사 수요의 증가다.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극도로 냉각되자 아예 이사를 포기하고 살던 집에 눌러앉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자 이사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경기회복으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주택 매매가격이 살아나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부르기 바쁜 실정이다.

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방침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과세분을 자기 돈으로 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난달부터 전세보증금 과세 얘기가 흘러나오자 집주인들이 이를 전셋값에 전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의 주택 수급 불균형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받으려고 해도 세입자가 다른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면 전셋값 인상은 이뤄지기 어렵다.

문제는 세입자가 구할 수 있는 전세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내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7천여 가구로 지난해 5만2천여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2만6천여가구, 2011년에는 1만7천여가구로 줄어든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서울시내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단기적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06년 한해 재개발 인허가의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재개발구역은 6개 구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에는 17개, 지난해는 21개 구역으로 급증했다.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재개발 구역은 기존 주택의 철거에 들어가므로 대규모 이주 수요가 생겨난다.

닥터아파트의 심용미 애널리스트는 "주택 공급물량은 줄어드는데 재개발 이주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 전세난 재발 막을 중장기 대책 필요
9월 이사철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단기적으로 전세난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전세 수요라는 것은 당장 이사가려고 하는 실수요를 말한다.

규제 완화나 공급물량 확대 등 중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대책으로 단기 전세난을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가을철 전세대란이 실제로 발생할 지 여부도 아직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세난이 재발할 가능성은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향후 2~3년 내 주택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수급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서울시내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꼽힌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등으로 인한 멸실 가구는 지난해 1만8천여가구에서 올해 3만1천여가구로 급증한다.

더구나 내년과 2010년에는 각각 4만8천여가구, 2010년 4만4천여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대규모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전세대란을 막기 위해 서울시 차원의 이주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재개발이나 뉴타운을 추진하는 각 구청은 구민들을 위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서울시내 여러 곳에서 재개발이 한꺼번에 추진될 경우 이주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년 재개발.뉴타운 인허가를 조정해 이주 수요가 적절한 규모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0년대 초반 전셋값 폭등 등을 우려, `시기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잠실, 반포, 화곡, 암사, 청담 등 5대 재건축 지구의 사업 시기를 조절한 적이 있다.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감안해 소형 주택 건설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속한 노령화와 미혼가구 증가 등으로 1~2인 가구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지만 새 아파트는 주로 중대형 위주로 지어지고 있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전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 비율은 평균 63%지만 재개발 후에는 그 비율이 30%로 급감한다.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결국 전세시장의 수급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형 임대주택 확대 등 소형주택 공급을 늘려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