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발 전셋값 상승 서울 전역으로 확산
이주수요↑.입주물량↓..'진짜 대란' 우려

"지금의 전셋값 상승은 작년에 떨어졌던게 이제 회복된 수준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신규 공급이 거의 없어 내버려두면 진짜 전세대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조은공인 관계자는 27일 서울의 전세난은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들어 잠실을 도화선으로 시작된 전셋값 상승이 강남과 목동 등 인기지역은 물론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대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이 활황이었던 2006년의 시세를 회복한 수준이라는 게 현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서울의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훨씬 적은 반면 뉴타운 재개발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도 몰려있어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세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 강남ㆍ목동 전셋값..급등 vs 시세회복
잠실의 한 부동산 앞에서 26일 만난 송모(70)씨는 오전 내내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인근 전세 가격을 알아보고 있었다.

송씨는 아들 내외와 살 집으로 2007년 10월 잠실 트라지움 109㎡(33평)을 2억5천만원에 전세계약했다.

하지만 계약 만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전셋값은 최소 3억8천만원이다.

2년 사이에 전셋값이 1억3천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송씨는 "아무래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 것 같다"며 "1억이 넘는 돈이 더 들어 근처 풍납동 등 더 싼 지역으로의 이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은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다.

2007년과 2008년 수만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다보니 전셋값이 뚝 떨어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폭등한 전셋값을 피해 인근 지역을 찾게됐고 결국 강남일대의 전셋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실의 전셋값 상승은 `폭등'이 아닌 정상가 `회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잠실 에덴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서 "갑자기 2만 세대가 쏟아지니 전셋값이 1억 이상 뚝 떨어졌다 이제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109㎡(33평)는 작년 하반기 입주 당시 전셋값이 2억5천만원까지 떨어졌지만 현재는 4억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리센츠 세입자인 김인기(39.가명)씨는 "전세 계약 당시에도 부동산업자가 2년 뒤에는 전셋값을 1억원은 올려줘야할 것이라고 말했었다"면서 "어떻게 1억원 넘는 돈을 마련해야할지 걱정이긴 하지만 각오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강남 대치동이나 목동 등도 올해 들어 30평형대 기준으로 4천만∼5천만원 정도 전셋값이 오르기는 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작년 하반기에 떨어졌던 가격이 회복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목동 유원공인의 윤상기 대표는 "올해 들어 전셋값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전셋값이 많이 올랐던 2006년 수준"이라며 "이제 여름방학 수요도 끝나 한동안 전셋값은 정체될 것같다"고 말했다.

9호선이 개통된 강서구나 재개발 이주수요가 있는 왕십리 등 강북 일부 지역도 30평형대의 전셋값이 최근 1천∼2천만원 정도 올랐지만 급등하는 상황은 아니라는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 공급감소ㆍ이주수요 폭발..앞으로가 문제
올해 들어 강남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전셋값 상승세가 최근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지만 상승 속도는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의 상승에 따른 일시적일 정체일 뿐 조만간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우선 내년이후 서울의 입주물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점이 전셋값을 불안하게 만들 요인으로 지적된다.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까지 연평균 5만 가구 정도였지만 내년 2만7천여가구, 2010년 2만6천여가구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도봉구 창동의 한라부동산 정명순 실장은 "전세는 매매와 달리 투기수요가 끼어들 틈이 없는 100% 실수요 시장"이라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올라가는게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을 비롯한 재개발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것도 변수다.

재개발을 위해 기존 주택이 철거되면 해당 구역에 거주하던 이들은 다른 살 집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뉴타운이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다보니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또 수도권까지 전세난이 가중돼 `전세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등으로 인한 멸실 가구는 작년에 1만8천여 가구에서 올해 3만1천여가구, 내년 4만8천여가구로 크게 늘어난다.

서대문구 냉천동 홍익부동산 박창영 사장은 "내년에 인근 돈의문뉴타운과 북아현뉴타운에서 이주.철거가 진행되면 수천 가구가 이주해야 한다"면서 "주변 전셋값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답십리뉴타운 인근 한령부동산 이혜주 사장은 "작년부터 답십리 16구역에 대한 이주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주할 집이 없어 아직까지 절반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재개발로 철거된 사람들이 옮겨갈 집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임수정 기자 transil@yna.co.kr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