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단지에서 아파트가 미분양될 경우 시공을 맡은 건설사에 공사대금의 일부를 미분양 아파트로 대신 지급키로 한 공공아파트 사업이 등장했다.

공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지만 건설사들은 공사대금 확보가 보장되던 공공 아파트 사업에서조차 일종의 '꺾기'(금융회사에서 대출 조건으로 예금을 들게 하는 것)가 생겨났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최근 입찰을 실시한 부산 남구 대연혁신지구 공공주택사업 1 · 2공구에서 견본주택 개장 3개월 이내 초기 분양률이 75%에 못미칠 경우 계약금액의 15%를 미분양 아파트로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예컨대 공사계약금이 1000억원이고 초기 분양률이 75%에 미달하면 건설업체는 150억원어치의 미분양 아파트를 공사대금으로 받게 된다.

이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1공구 사전자격심사에 현대건설 삼성물산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쌍용건설컨소시엄 등 6개 컨소시엄이 응찰했다. 2공구에도 GS건설을 제외한 1공구의 5개 건설사가 주간사로 들어갔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아파트 턴키 공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이곳의 경우 1공구 1214채,2공구 1088채 등으로 물량이 많아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하지만 공공사업에서까지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도공 관계자는 "사업 위험을 분산시키고 시공사들이 아파트 품질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대물 지급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토지조성 사업에서는 공사비 대물 지급이 일반화되고 있다. 토지공사는 최근 대구테크노폴리스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4필지 부지조성 공사에 대해 공사비 대물지급 조건을 제시했다.

공사진행 상황에 따라 공사대금 중 50~70%는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30~50%에 대해서는 아파트 용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토지공사는 또 경남 양산 물금택지지구 3단계 5공구 공동주택지 15개 필지를 비롯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경북 김천혁신도시,전북 전주 · 완주 혁신도시 2.3공구 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