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6개월 전에 이미 입주가 이뤄진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동 · 호수 추첨을 다시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청1단지(래미안 삼성 2차 · 275가구) 조합원 김재현씨 등 18명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아파트 동 · 호수 추첨 이행' 소송에 대한 판결이 조만간 내려질 예정이다. 이들 비상대책위원회 측 조합원은 2006년 대법원으로부터 "2004년에 이뤄진 기존 조합원 동 · 호수 추첨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조합 측이 새로 동 · 호수 추첨을 실시하지 않자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비대위 측은 이와 별도로 보존등기 말소 소송 1심에서도 승소한 데 이어 일반분양분(20여가구)에 대한 분양금지 가처분도 받아뒀다. 지금까지는 법정싸움에서 이긴 상태다.

비대위 측 관계자는 "조합이 재건축사업에 우호적이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층 · 향의 아파트를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비우호적이던 사람들에게 배정한 결과 비대위 측 사람들은 동향에 저층의 작은 평형 등을 분양받았다"며 "불공평한 동 · 호수 추첨으로 피해를 입은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대법원에서도 기존 동 · 호수 추첨이 불법이었다는 판결을 내린 만큼 현재와 같은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승소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합원 동 · 호수 추첨을 다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 이미 입주를 끝낸 기존 조합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돼 법원도 판단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조합원들은 2007년 3월 입주한 뒤 수천만원대의 취득 · 등록세와 재산세를 이미 납부했다. 또 수천만원을 들여 집을 수리하거나 아파트를 전 · 월세로 준 조합원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비대위 측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조합원들이 보상금을 갹출해 비대위 측 사람들에게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피해보상액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이가 커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비대위 측 관계자는 "조합 측은 5억~10억원 정도의 피해보상액을 제시하고 있지만 비대위 측은 적어도 시공사(삼성물산)가 제시했던 16억원은 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조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 · 호수 추첨 이행'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도 양측 간 조정을 시도했으나 지난 7월24일 무산됐다. 조정이 불발로 끝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의 선고뿐이다. 법원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 · 호수 재추첨'이라는 선례도 없고,불공평한 추첨으로 피해를 본 비대위 측은 물론 기존 입주자의 입장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법원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해청1단지는 이미 2년6개월반 전에 입주가 이뤄졌지만 등기를 이전하는 게 불가능해 매매거래는 불가능하다. 다만 현 단계에서의 소유자 확인은 가능해 전 · 월세 거래는 이뤄지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