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고 있고 일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서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은 여전히 침체 상태인 데다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DTI 카드 꺼낼까

정부가 DTI 적용 지역 확대를 검토하는 이유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고 있고 일부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37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많았던 6월과 같은 수준으로 두 달 연속 4조원을 웃돌았다.

정부가 지난달 7일부터 수도권 비투기지역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지만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집값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2분기부터 계속 뛰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집값은 0.3% 상승하면서 4월 이후 넉 달째 올랐다. 상승폭도 6월(0.2%)보다 커졌다. 서울이 0.4% 오른 가운데 서초구 강남구 노원구 송파구 등이 1% 이상 뛰었다. 정부로서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정부가 DTI 적용 지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은 DTI가 LTV보다 강력한 대출 억제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담보가치만 보는 LTV와 달리 DTI는 대출자의 소득과 원리금 상환 능력을 보기 때문에 대출 억제에 곧바로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초 수도권 비투기지역에 대해 취한 LTV 인하 조치가 약발이 먹히지 않은 점도 DTI 확대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LTV 제한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DTI를 강화하면 주택담보대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현 단계에서는 아니다" 부인

반면 정부는 "시장 전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추가적인 대출 기준 강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아직 추가적인 조치가 결정된 바는 없으며 구체적인 검토에도 착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강남권 일반 아파트,용산,목동,강동,분당 등 집값이 비교적 높은 지역의 아파트들로 확산되는 전형적인 상승세 초기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지방이나 수도권의 일부 지역은 여전히 침체돼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DTI라는 큰 칼을 잘못 휘두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게 된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정부가 구두 개입과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법으로 집값 상승에 대응하는 한편 이번 달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가격 동향을 지켜본 뒤 DTI 확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심기/이태명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