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호전됐다고 해서 매각가격을 3배 가까이 올리면 누가 사겠어요?"

법정관리 중인 신성건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포기한 이해성 대림디앤아이 사장(38)은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채권단이 매각을 깨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림디앤아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채권 인수를 제외한 순수 인수금액으로 580억원을 제시했지만,채권단은 본계약을 엿새 앞둔 지난달 20일 1505억원으로 매각가를 3배 가까이 올렸다고 이 사장은 전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협상에서 이렇게 큰 폭으로 매각가를 올려 부르는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처음 제시한 금액에서 30%를 더 지급하겠다고 우리가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4월 초 대림디앤아이가 신성건설 인수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상황은 딴판이었다. 건설 시황이 안좋아 매수자가 나서지 않자 채권단은 어떻게든 빨리 우선협상대상자부터 선정하려고 했다. 이 사장은 "당시 기업실사 결과에 따라 인수금액을 증액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옵션을 받아들인 게 화근이었다"며 "우리 측은 아무리 많아도 50% 정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채권단이 제시한 1505억원은 지난해 12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하지만 올 상반기에 공사를 중단한 사업장이 늘어나고 은행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일부 자산을 팔아 현재 신성건설의 계속기업가치는 600억원대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이복동생인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65)의 차남인 이 사장은 신성건설 인수 추진 과정에 부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대림산업과의 관계에 대해 "신성건설을 인수하면 범대림가 내에서 경쟁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컨소시엄을 짜 함께 공사를 따내면 오히려 시너지가 컸을 것"이라며 "인수 작업 초기부터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41 · 이준용 회장의 아들)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토목과 엔지니어링 시공 경력이 있는 건설사가 매력적인 가격에 나오면 언제든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