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매입해도 예전처럼 시세 차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불경기로 상가 임대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부동산 상품이 유망할까.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이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이 생소하긴 하지만 지난달 제도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1호 주택이 이르면 다음 달 선을 보이기로 하는 등 사업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도심권 소형주택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여러 혜택을 줘가며 공급을 촉진하고 있어 건설업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오피스텔과 다가구 주택 중심의 1~2인 세대 주택시장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차장 설치 기준 대폭 완화


도시형 생활주택은 도시지역에서 건설되는 20세대 이상 15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이다. 크기에 따라 다세대 주택,원룸형 주택,기숙사형 주택 등으로 나뉜다. 전용 면적 85㎡ 이하로 만들어지는 다세대 주택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신청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1개 층을 더 올리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2~30㎡ 크기의 원룸형은 세대별로 독립된 주거가 가능하도록 욕실과 부엌을 설치할 수 있다. 전용 7~20㎡의 기숙사형은 취사장과 세탁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존의 다세대 주택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에 비해 도심형 생활주택이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완화된 주차장 기준이다. 일반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주택이 세대당 1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기숙사형은 세대당 0.3대,원룸형은 0.5대의 주차 공간만 있으면 된다.

서울시의 경우 시가 지정한 주차장 완화 구역에서는 연면적 200㎡당 1대만 설치할 수도 있다. 줄어든 주차면적만큼 원룸 등을 더 채워넣을 수 있어 건축주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올라가고 분양가 역시 낮출 수 있다. 기존주택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용도변경할 경우 일반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층간소음 기준이나 계단설치 기준 등에서 제외된다. 조경시설이나 비상급수시설을 설치 안해도 된다는 점도 이점이다.

◆공급과 분양 모두 관심 가질만


서울 도심에 자투리 땅이나 낡은 주택,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는 땅주인들이 도시형 생활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립주택을 짓거나 상가 임대를 하는 것보다 많은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지만 분양가 상한제 등 까다로운 공급규칙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건축전문업체인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는 "하루 평균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을 상담하러 온다"면서 "200~264㎡(60~60평) 정도의 부지를 소유한 땅 주인들이 가장 많고,낡은 상가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받는 입장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은 매력적이다. 기존 분양가보다 20~30% 저렴할 것으로 보여 비싼 전세값과 잦은 이사에 시달리는 독신자들에게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신규 아파트 청약 기회를 잃을 염려도 없다. 4층 이하로 지어진 전용면적 20㎡ 미만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소유할 경우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그에 따른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대형건설사들도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을 위해 준비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캐슬 루미니'라는 이름의 소형 공동주택 브랜드를 내놓았다. 고소득 독신 직장인과 신혼부부에게 맞는 상품을 개발 중이다. 대림산업도 소형주택개발 추진팀을 꾸려 시장 조사에 나섰다. 동부건설은 소형주택에 맞는 평면을 개발해 연말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제도상 미비점도 있어


하지만 시행 초기이다 보니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련 법률의 여러 미비점이 나타난다. 우선 서울지역에서 100세대 이상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경우 재개발 · 재건축 사업과 마찬가지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경면적이나 에너지성능기준 등 건축 관련 기준도 엄격한 부분이 남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 건설에 적용하는 지구단위계획과 조경기준 등을 100세대 안팎의 도시형 생활주택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법적으로는 허용된 기존 원룸이나 고시텔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차장 설치와 칸막이 등에서 이미 법적인 기준을 지키지 않고 편법으로 세워진 건축물들이라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리모델링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와 각 지자체에서 보완사항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해 주택산업연구원에 개선 방안과 관련된 용역을 맡긴 상태"라며 "오는 10월께 용역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