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옥죄기'…분양시장 위축되나
은행들이 신규분양주택 계약자에게 중도금과 잔금 등을 일반대출보다 싸게 빌려주는 집단대출을 일부 못해주겠다고 지난주부터 건설사 측에 통보하기 시작했다. 중도금 대출을 해줘도 분양 대금의 50%로 제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사실상 신규 분양주택으로 확대됐다.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막힐 경우 민간 아파트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건설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의 LTV를 60%에서 50%로 줄이면서 신규 분양단지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은행들은 LTV 규제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거나 아예 집단대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고 나섰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5개 시중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 잔액이 6월 말 현재 85조6146억원으로 작년 말(85조135억원)보다 6000억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지난주부터 자신들이 참여하지 않은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는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형 건설사 D사 관계자는 "증권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한테 PF를 통해 자금을 빌린 아파트 사업장의 경우 은행들이 분양계약자들에게 집단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은행을 끼지 않은 PF 사업장이 전체의 30~40%에 달해 분양 계획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D사의 경우 경기도 오산시 세마지구 도시개발사업(약 7000세대 규모)에서 PF는 일으켰지만 집단대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연내 분양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성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사업장이라고 판단되면 은행들이 중도금 등 집단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심지어 자신들이 PF를 일으킨 사업장조차 대출해주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도금 대출 금리를 올려받기 위해 일종의 '협상용'으로 '중도금 대출 불가'를 통보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해서 내용을 들어보면 결국 양도성예금증서(CD)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올려달라는 얘기로 결론난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정부의 방침과 달리 신규 분양 현장에서 기존 주택 거래와 똑같은 LTV 축소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달 인천 청라지구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인 한 건설업체는 PF를 일으켜준 은행이 중도금 전액(전체 분양대금의 60%)을 빌려주겠다고 결정하지 않아 협의 중"이라며 "50%만 해주겠다고 해 60%까지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선 중도금 대출한도를 10%포인트만 줄여도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이 늘어 계약률이 떨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 건설사는 은행이 중도금을 전액 빌려주지 않을 경우 계약자들에게 연체이자를 받지 않는 방안까지 강구했을 정도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신규분양에 대한 대출 옥죄기는 분양 일정 연기와 계약률 감소로 이어져 주택 공급 위축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수도권에선 5만360채가 분양돼 작년 동기(8만2413채)의 61%밖에 주택이 공급되지 않았다.

장규호/박종서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