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 등락이 지역별로 크게 차이나는 등 시장이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부동산 정책은 그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지역의 가격 급등세가 자주 거론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이 불안한 것처럼 비쳐지는가 하면 이에 따라나온 대출규제 강화 정책은 침체된 지역의 거래를 더 끊어놓기도 한다.

특히 최근 가격 급등을 주도한 것은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인데도 정부 당국이 검토하는 부동산 대책은 금리인상이나 대출규제 등 시장 전체를 상대로 하는 것들이어서 효과가 나타날지 의심스럽다.

◇일부 단지 급등이 전체적 현상으로 비쳐


최근 출구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자주 거론되면서 그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급등세다.

실제로 서울의 개포동 주공1단지, 잠실 주공 5단지 등 재건축 추진일정이 급물살을 타는 단지의 경우 부동산 값이 40%가량 급등하면서 과열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입주가 시작된 판교신도시도 가격이 많이 뛰었고 인천의 송도,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은 아직 이 같은 과열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서도 분당, 용인, 평촌 등은 작년 말과 비교해 집값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말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여파가 국내에 몰아치면서 국내 경기가 모든 분야에서 최악을 기록하던 때다.

물론 집값도 최근 수년간 유례없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때보다 집값은 더 내려갔는데도 마치 급등한 것인 양 인식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강남 3구를 비롯해 강동구와 양천구 등 집값이 비교적 높은 지역은 작년 말과 비교해 7월 집값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강북구(-2.77%) 금천구(-1.04%), 노원구(-1.54%), 도봉구(-1.51%), 동작구(-2.18%), 성북구(-1.56%), 용산구(-1.06%) 등 내린 지역이 더 많다.

수도권도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과천이 18.64%나 오르고 일부 투기수요가 일었던 연천과 양평 등지만 급등세가 있었을 뿐 대부분 작년 말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결국, 한강변 재건축 초고층 허용,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규제완화로 일부 지역의 재건축 단지가 활황을 맞으면서 집값이 급등했는데 마치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다.

◇손발 찬 환자에 더 차갑게 처방


정부는 집값이 심상찮다는 소식이 나오자 수도권 지역의 대출규제를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이 조치는 주택 매수자들의 손을 묶어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대상 지역이 부동산값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수도권 주택들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가 급등해 과열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엉뚱하게 수도권, 주로 경기도 지역의 주택들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도 집값이 더 상승하면 수도권 지역 LTV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을 포함해 전반적인 집값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으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서라고 보기는 힘들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이런 대출규제 강화에서 제외돼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제풀에 상승세가 멈췄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일부 회복기미가 있었지만 정부 조치 때문에 다시 식었다.

이들 지역의 거래량은 작년에 비해 최대 7분의 1수준까지 줄어 '거래동결'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완화를 추진하면서 거래동결 현상을 없애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논리를 폈지만 이제 입장을 바꿔 거래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지역에 대출제한을 가한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머리가 뜨겁고 손발은 찬 환자에 대해 손발을 더 차갑게 하는 처방을 한 셈으로, 환자가 건강해질 리가 없다"고 말했다.

◇"몇 달째 거래 못해봤는데 또 규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5월말 현재 15만2천채로 작년 5월과 비교해 2만3천여채가 많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3월의 16만5천여채에 비해서는 1만3천채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기록적으로' 많은 수치다.

지방이 12만4천여채로 대부분이지만 수도권도 2만7천여채로 만만치 않은 수치다.

경기도만 봐도 2만3천192채로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많다.

물론 미분양 아파트는 분양가가 시장에 비해 비싸거나 입지가 나쁘다는 등 자체 요인도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도 한몫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점을 인식,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등 조치를 취했고 이후 그 효과도 봤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과열방지 조치가 취해지다 보니 수요는 다시 위축되고 있다.

수도권 북부 신도시의 H부동산 중개인은 "작년에 나온 매물이 아직 그대로 있는가 하면 수개월째 계약서 한번 못써본 중개업체들이 수두룩하다"면서 "5월에는 부동산 경기가 풀리는 듯해 문의전화가 늘더니 6월부터는 그마저도 다시 끊겼다"고 말했다.

또다른 N부동산 대표도 "과열은 서울 강남권에서 빚어졌는데 왜 엉뚱하게 거래도 잘 안되는 수도권에 규제를 강화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평균적인 집값만 떨어뜨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펴면 시장이 건강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이용석 부동산정책팀장은 이와 관련 "국지적으로 시장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최근 내놓은 대출규제 정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양극화를 완화할만한 대책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류지복 기자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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