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는 앞으로 대세상승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이후 집값이 떨어지기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택 구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집값 상승론의 가장 큰 배경은 역시 시중에 풍부하게 풀린 유동성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정부가 어떤 규제 대책을 내놓더라도 8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을 빨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주택가격이 2,3년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서울 시내에서 새로 입주할 아파트 물량은 지난 10년간의 평균인 5만2739채에 비해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신규 입주물량은 4만508채로 10년 평균보다 1만채 이상 적다. 최근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셋값 상승도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셋값 상승이 결국 집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강하다. 장 실장은 "집주인들의 현금 유동성이 좋아지는 데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매수세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가 내년 6월로 다가옴에 따라 9월 이후애 재개발 · 재건축과 관련한 규제완화가 쏟아질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지자체장들이 호재와 표를 맞바꾸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하반기에는 정부와 서울시의 강남권 재건축 및 강북 뉴타운 관련 규제 완화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관련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 전세가와 매매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현재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에는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팀장은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먼저 강남권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고 강북 지역도 따라서 오르게 될 것"이라며 "주택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역시 피해야 한다. 서울 시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던 상반기 주택시장의 특징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수 있어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상품 및 지역별로 가격 양극화가 첨예해 집값이 오르는 곳만 오른다"며 "국지적인 호재가 있는 경우에도 강남 재건축아파트 등 시세를 주도하는 곳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주택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는 등 어떻게든 집값 급등세를 막아보겠다는 태세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소식에 최근 3,4주 동안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정부가 또다른 규제책을 내놓을 경우 집값은 연말까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