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0명 집중 투입, 판매 효과 좋아 인기
수도권 30여곳 활용...고객 현혹 우려도

"미분양 소진의 비결요? '벌떼 영업' 덕분이죠"
23일 한 중견건설사 분양 담당 팀장의 말이다.

그는 "미분양은 종전처럼 분양 상담사 20~30여 명이 나서서는 팔리지 않는다"며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한 채라도 더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 판매 시장에 수백 명이 한꺼번에 전화로 마케팅을 하는 일명 '벌떼 영업'이 대유행이다.

벌떼 영업이란 떼 지어 다니는 벌들처럼 대규모 텔레마케터들이 현장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빗댄 것으로, 대규모 인력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 등을 보내 아파트를 판매하는 집단 텔레마케팅 영업 방식을 말한다.

이는 과거 테마쇼핑몰 등 상가 분양 현장에서 대규모 영업팀이 들어와 경쟁체제로 고객을 끌어들이던 기법과 유사하다.

분양을 위해 한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은 줄잡아 100~200명. 종전 분양현장에 투입됐던 인원의 5~10배에 달한다.

팀장 아래 팀원 10~20여 명으로 구성된 영업조직이 10개팀 정도 운영되며, 모델하우스에는 개인 전화를 따로 개설해놓고 텔레마케팅으로 영업을 한다.

이들은 전화번호부상의 불특정 다수는 물론이고, 분양팀장이 확보하고 있는 잠재 고객, 가족ㆍ친지ㆍ지인까지 판매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

T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팀장급은 분양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팀원은 40~50대 명퇴자를 비롯해 가정주부들까지 다양하다"며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어 분양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판매에 성공하면 가구당 평균 1천만-1천500만원의 수수료가 떨어진다.

분양회사와 팀장 등의 몫을 제외하고 판매한 개인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700만~800만원 선이다.

S분양회사 대표는 "벌떼영업은 특별한 광고 전략도 없고 오로지 인해전술로 고객을 잡아오는 방식"이라며 "한 채만 팔아도 개인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크고 팀별로 경쟁도 되기 때문에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당수 수도권 미분양 현장에서 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김포 걸포동 동양 오스타 파라곤의 경우 벌떼 영업을 도입해 100% 분양을 마쳤고, 용인 신봉 동일하이빌도 이 방식으로 미분양을 소진했다.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파밀리에(신동아건설), 용인과 수원시의 임광 그대가(임광토건), 수원 매탄 e-편한세상(삼호), 용인 구성 동양파라곤(동양고속건설), 김포 풍무자이(GS건설) 등은 현재 이 방식으로 판매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여개 현장에서 이 방식으로 분양을 했거나 분양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대행사인 스타파라 박종관 대표는 "최근 수도권 미분양 소진이 빨랐던 것은 양도소득세 면제나 금리 인하 등의 효과도 있지만 '벌떼 마케팅' 효과도 컸다"며 "회사 이미지 때문에 망설이던 여러 대형 건설사들이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정보에 어두운 고객을 '사탕발림'으로 현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자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품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과포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분양 계약자 스스로 상품의 진가를 가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