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 주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물고 물리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

주택건설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아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지가 뛰어난 곳의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수주는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홍보할 수 있는 기회여서 대형사들이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공격 앞으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먼저 웃은 곳은 현대건설.이 회사는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13건,1조7955억원어치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지난해(5건,7791억원)보다 금액기준으로 130.5%(1조164억원)나 늘었다. 현대건설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1-1구역(1742억원,1004세대) 및 홍은2구역(1053억원,512세대) 재개발 · 재건축 사업과 경기 부천 도당1-1구역(3623억원,1896세대) 등의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현대건설이 이처럼 두각을 나타낸 것은 김중겸 사장취임 이후 재개발 · 재건축 수주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재개발 · 재건축 수주를 제대로 하지 못해 브랜드 인지도가 밀렸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올해 재개발 · 재건축 수주 실적은 사상 최대치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에 이어 대림산업이 1조3005억원을 수주했다. 작년 상반기(2661억원)보다 389% 늘었고,작년 전체 실적(6878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대우건설도 1조106억원의 실적을 올려 상반기 재개발 · 재건축 수주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GS건설(8700억원,4건)과 롯데건설(6511억원,4건),삼성물산 건설부문(6100억원,6건),현대산업개발(5724억원,3건),SK건설(5571억원,4건)이 뒤를 이었다.

◆업체 간 과열도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업체 간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대건설의 공격경영과도 맞물려 있다. 북아현1-1구역 재개발과 홍은2구역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얼마 전 조합원 총회에서 현대건설로 시공사가 바뀌었다. 조합이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현대건설을 낙점한 것.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홍은2구역의 경우 사업부지 확대를 위한 국공유지 매입과정에서 자금지원 여부를 놓고 현대건설이 조합에 유리한 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2년 이상 정성을 쏟아온 도당1-1구역 재개발 사업도 현대건설로 시공권이 넘어갔다. 사업비가 3623억원 규모여서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였지만 현대건설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사업비가 물가와 인건비,자재비에 따라 변동되는데 현대건설 측에서 조합원들에게 사업비를 추가로 부담시키지 않는 내용의 확정공사비 방식을 제시하면서 승패가 갈렸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현대건설에 맞서 다른 건설사들이 연합하기도 한다. 15개 구역으로 이뤄진 강북구 장위 뉴타운에서는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들을 움직여 '은행이 대주주인 회사'는 사업 입찰에 참가할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삼성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까지 이런 움직임에 가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