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약해
5억~6억 급매물 적극 노려볼만
재건축 수익률 5%미만… 추천안해


"상승폭이 문제일 뿐 하반기 집값이 오름세를 탄다는 데는 이론을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

김일수 기업은행 PB고객부 부동산팀장은 당분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미미했다"며 "추가 대책이 나오더라도 웬만해서는 주택 구입 희망자들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중앙 정부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개발계획을 쏟아내 집값 상승을 견인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팀장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는 것은 서울 강남 재건축과 강북권 재개발 사업이다. 그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결국 추진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운 사항"이라며 "재건축 추진은 당장 어려울지 몰라도 4차 뉴타운 발표 등을 포함한 재개발 사업은 조만간 가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성수지구에서 시범사업을 벌이는 것만 봐도 재개발 활성화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라는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라고 하지만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대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그동안 주택 건설 실적도 저조했다"며 "하락세를 보이던 땅값이 반등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집마련 지금이 기회일 수도"

김 팀장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을 적극 옹호하며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에 일단 불이 붙으면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버블 세븐을 거쳐 그외 인기지역으로 번진 다음 전 지역이 들썩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금은 강남권 일반 아파트 값이 오르는 단계에 있고 기타 지역은 호가만 상승할 뿐 실거래가는 연초 수준에서 약간 오른 정도이기 때문에 급매물 위주로 노려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2억~3억원대 주택을 마음에 두고 있는 30대 안팎의 실수요자들은 무리하게 돈을 끌어쓰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무리하지 않는 대출'이란 대출금이 집값의 50%를 넘지 않고,매달 내는 원리금 상환액이 월급의 30%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김 팀장은 "앞으로 금리 상승이 우려되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고 모기지론 등을 활용하면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분양가와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그것대로 노리면서 일반 매매 시장에도 적극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집을 사라고 하는 이유 중에는 전셋값 상승세도 포함돼 있다. 그는 "재개발 사업이 활발해지는데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전셋값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2~3년간 계속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나이가 50세가 넘었다면 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전세 아파트 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급매물을 발견했을 때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 것을 권유했다. 특히 가을 성수기가 오기 전에 미리 집을 사두는 전략도 구사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아파트는 추천 안해"

김 팀장은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10억원짜리 재건축 아파트를 사면 3년 뒤 12억원 선은 되겠지만 15억원 이상으로 치솟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간 순수익률이 5% 미만이라면 뭐하러 굳이 위험을 무릅쓰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현재 재건축 아파트 값이 '턱 밑'은 아니지만 '가슴'까지는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팀장은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면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라는 이유로 집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토지에 대한 투자는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하고 있고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도 해제했기 때문에 관심을 둘 만하다"며 "주택은 가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땅값은 매매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수익률이 좋은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온 김 팀장은 건국대 부동산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신영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삼성에버랜드 부동산팀에서 상품기획 및 자산관리업무를 담당했으며,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부동산팀을 거쳤다.

박종서 기자/김영우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