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률 높이려 중소형 올리고 중대형 낮춰

최근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중소형과 중대형 분양가의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전에는 건설사들이 중소형보다는 중대형의 단위면적당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중대형에서 수익률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침체로 중대형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중대형 가격을 중소형 수준으로 맞추거나 더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지난달 분양한 의왕시 내손동 '우미 린'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를 110㎡는 1천445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중대형인 169㎡는 타입에 따라 1천415만원과 1천429만원으로 정했다.

3.3㎡당 중대형 분양가를 중소형보다 각각 30만원과 16만원 낮게 정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수도권에서는 절대금액이 높은 중대형의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중대형은 통장 가입자 수가 적고, 중소형에 비해 수요층도 얇은 것을 감안해 분양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중대형에서도 주택형이 클수록 단위당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 8일 서울 중구에서 분양한 '신당 e-편한세상' 아파트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146㎡는 1천918만원, 151㎡는 1천932만원이지만 178㎡는 이보다 70만~84만원 낮은 1천848만원으로 책정됐다.

앞서 지난 4월 성공적으로 분양해 청약시장의 불씨를 지핀 인천 청라지구 한라비발디도 3.3㎡당 분양가가 131㎡ 1천111만원, 146㎡ 1천110만원, 171㎡ 1천105만원으로 주택형이 클수록 단위당 분양가가 낮았다.

지난 6월 청약한 청라지구 반도유보라의 3.3㎡당 분양가도 126㎡ 1천163만원, 127㎡ 1천137만원, 155㎡ 1천125만원이었고, 동부건설이 이달 초 분양한 흑석뉴타운 센트레빌에서도 크기에 따른 분양가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실수요층이 탄탄한 중소형보다 분양가가 높은 중대형의 가격을 낮춰 수요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며 "발코니 확장 허용으로 중대형 수요가 중소형에 비해 줄어든 것도 가격을 높일 수 없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대형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이러한 분양가 역전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최근 분양권 상한제 아파트의 전매 완화로 중대형에도 청약자가 몰리고 있지만 상당수는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라며 "건설사들의 이 같은 중대형 판촉전략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