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서초, 송파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강남 3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증가 폭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의 부동산 수요층은 대체로 여유 자금이 많은 부유층인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올해 상반기 강남주택 구입자들은 주거를 위한 실수요 차원보다는 주택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시장에 나온 매물을 비교적 싼 값에 사들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강남 3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현재 18조2천526억원으로 전월말보다 286억원 감소했다.

작년 말에 비해서는 839억원(0.5%) 늘었지만, 같은 기간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4조2천930억원(4.0%)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상반기 강남 3구의 집값이 강세를 보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파트 매매 가격은 강동구가 작년 말 대비 8.2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송파(6.27%), 강남(3.85%), 서초(3.65%) 양천(3.25%) 등으로 강남 3구가 뒤를 이었다.

6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가 많은 강남 3구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대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몰렸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들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집값의 40% 정도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올해 1분기의 강남 부동산 매수세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저가 매물을 잡는 경우였다"며 "현행 DTI 규제가 공격적인 대출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트뱅크 소장도 "강남 아파트는 주거를 위한 주택이라기 보다는 주식처럼 하나의 투자상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여유층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한다"며 "경기와 관계없이 소득이 꾸준히 발생하는 상류층이 굳이 담보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분양이 많은 인천이나 경기도 용인, 과천, 서울 마포 등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수도권 전역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때 적용받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지 않게 된 점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