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 이내에서 50% 이내로 하향 조정된 7일 주택시장과 은행 창구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반포 개포 잠실 등 주요 지역의 움직임을 살펴봤는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낮은 가격에 사려는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지만 저가 매물이 없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4구'에 포함되는 강동구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문기 삼성공인(고덕동)대표는 "비수기여서 매수 문의가 줄긴 했지만 매물이 귀한 편이고 가격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와 목동,경기 과천,용인 등지에서도 이날 큰 동요는 없었다. 김현승 VIP공인(목동)대표는 "매수 세력이 최근 집값을 상투로 보는 상황에서 LTV 한도 축소가 발표됐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천 우리공인 관계자도 "집값이 정점에 달했던 2006년과 달리 최근에는 수요자들이 집값이 급등하면 섣부른 추격 매수에 나서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이번 LTV 하향 조정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원택 팔팔공인(용인 죽전동) 대표도 "최근 집값 상승과 함께 매물이 쑥 들어가고 거래도 없어졌다"며 "대출 규제로 가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간간이 걸려오는 고객들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문의에 응하는 모습이었다. 분당 지역 하나은행 지점의 한 관계자는 "실수요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경우 대부분 집값의 50% 선에서 은행 대출을 받기 때문에 이번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고객들의 문의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대출 상담만 하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 전날인 6일 밤 대부분 전산등록을 마쳐 혼란을 피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새 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통보해 전산등록을 하도록 했다"며 "7일에는 미리 전산등록을 하지 못한 일부 고객들만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축은행 창구도 조용한 모습이었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에 관련된 문의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LTV가 하향 조정됐다고 해서 시중은행을 이용하던 고객이 막바로 저축은행으로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기존 LTV 기준에 맞춰 자금계획을 세우고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이 향후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집값의 60%를 대출받을 생각으로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고객의 경우에는 대출 만기를 10년 이상으로 조정하도록 권유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며 "제도가 발표와 동시에 시행돼 주택 구입에 차질을 빚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호/유승호/강동균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