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수도권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하향조정키로 전격 발표한 것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급격한 집값 상승추세를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대출이 늘어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가계의 채무부담이 커질 것도 우려했다.

◆가수요를 잡아라=당초 정부는 부동산 과열 조짐에 대해 은행대출 창구지도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급격한 정책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당장 LTV카드를 빼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대출시장에 대한 조이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각 은행 일선 창구마다 하루라도 먼저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겠다는 문의가 집중되는 가수요가 몰리자 이를 서둘러 차단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뭘 검토하겠다고 하면 항상 시장의 가수요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특히 최근 1∼2주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움직임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가격상승 심리를 부추긴 측면이 있어 전격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지방의 경우 아직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어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당분간은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변화에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월 말 72.8%(약 167조원)에서 올해 3월 말 73.6%(약 181조원)로 높아졌다.

반면 지방은 27.2%(약 62조원)에서 26.4%(65조원)로 낮아졌다.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 상당수가 수도권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총액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경우 실효성이 크지 않고,투기우려지역을 지정하는 방안 역시 나중에 해제하는 등의 절차상 번거로움이 크다고 판단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심리적인 영향은 클듯=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LTV를 강화하면 유동성 자체가 줄어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시장에 주는 경고로서의 의미가 크다”면서 “부동산가격 회복은 용인할 수 있으나 과도한 투기는 안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양천구 목동과 경기도 과천 등지의 집값에 이번 대책이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부동산은 심리적 요인이 강한데 올초 이후로 집값이 많이 오른 목동,과천 등의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06년 11월 LTV 규제가 처음 도입 됐을때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던 만큼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장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2005년~2008년까지의 시장과 달리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만 주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담보비율 강화로 투자의지를 접을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해석이다.특히 강남권은 LTV 40%를 적용받고 있어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주택시장의 수요자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정부의 규제강화를 일종의 ‘시장 상승기 신호’로 해석해 투자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규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올랐던 참여정부 당시의 부동산 정책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심기/김현석/노경목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