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법 가이드라인 달라"… 靑 "일단 시간두고 지켜보자"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기류는 복잡하다. 청와대와 당,수도권-지방 의원들 간 입장이 얽히고 설켜 있다. 청와대는 말을 아낀 채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민심 이반을 걱정하는 여당 의원들은 '세종시법'을 '정치법안'으로 규정,자유선진당과의 협의를 통해 이달 중 통과시킬 방침이다.



◆가이드라인 요구한 당

청와대와 한나라당 인사들은 지난 5월 말께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중점 법안 처리를 위한 당정협의'를 가졌다. 여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뭐냐,세종시를 예정대로 그냥 가자는 거냐,말자는 거냐"며 청와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A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중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안 하면 안 한다고 시원하게 얘기를 해달라고 직설적으로 질문했다"며 "교육도시나 기업도시,아니면 대학 이공계를 옮기든지 해서 유령도시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센 질문들도 나왔다"고 전했다.

중진 B의원은 "정부가 생각하듯이 효율성의 문제가 아닌 이미 정치적인 사안이 돼버렸다"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결론을 미룬 채 끌고 가기는 부담스럽다는 말들이 나왔고,답을 안 주면 당의 정치적 결단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청와대의 답은 없다. 결국 한나라당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자유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지난 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세종시의 법적 지위를 '광역자치단체' 수준으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법안을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세종시법과 정부 부처 이전은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세종시 설치법은 세종시의 법적 지위,법적 권한,관할 구역,시행 시기 등을 규정하지만 부처 이관에 대해서는 정부의 기관 이전 고시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침묵지키는 청와대

청와대는 세종시 얘기만 나오면 언급을 회피한다. 이 문제에 대해 실언이라도 했다가는 자칫 거센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논의해 결정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민감하고 난감한 문제"라며 입을 닫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섣불리 정리할 사안이 아니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여당과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회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계획된 것에서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0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세종시에 대해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청와대에선 올해 초까지 세종시를 대체할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아예 '백지화'를 선언하자는 의견도 있었고,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건설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백지화 선언을 할 경우 충청권의 민심이 이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행정+과학비즈니스+녹색도시' 형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가칭 '녹색복합도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고 지금은 모두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이준혁/홍영식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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