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4억5000만원에 팔렸던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전용 면적 42㎡형은 요즘 5억7000만원 안팎에서 매물이 나온다. 2006년 12월 기록한 최고가(5억9900만원)와의 차이가 3000만원에 불과하다. 아파트값이 반년 만에 1억원 이상 급등했는데도 매수세는 끊이지 않는다. 인근 동서울공인 관계자는 5일 "지난 5월 매도호가가 4억원대 후반에서 맴돌 때보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다소 줄었지만 매수 문의전화가 하루 2~3통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고덕주공의 경우 강남권보다 집값이 싸고 1~2년만 지나면 이주를 시작할 만큼 재건축 추진이 빨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다"며 "이런 추세라면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동구의 집값 상승세는 서울지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의 올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10.4%로 집계됐다. 강남 · 서초 · 송파구 등 강남3개구 평균 상승률(5.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강동구는 3월 마지막 주 이후 1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오름폭을 놓고 보면 과천시는 정도가 더 심하다. 상반기 상승률이 13.24%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가장 높다. 과천시는 강남권과 붙어 있는 데다 정부의 재건축 용적률 완화 방침이 나오면서 집값이 폭발했다.

과천주공4단지 전용 74.6㎡형은 연초에 3억5000만원을 밑돌았으나 현재 5억5000만원 이상에 호가된다. 6개월 만에 2억원이 오른 셈이다. 상승률만 57%다. 과천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슈르 115㎡형도 한때 6억원대 후반(중간층 이상 기준)에서 매수자를 찾았지만 지금 시세는 8억2000만~8억5000만원 선이다. 원문동 동방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올라 거래가 드문 편이지만 시세보다 조금 싸다 싶은 급매물이 나오면 매수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버블세븐 지역인 목동과 분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강남권 집값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분당의 경우 서현동 삼성시범아파트 전용 85㎡형은 지난해 말 4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억7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분당은 대형 아파트값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도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률이 2.18%로 조사됐다.



목동도 주택크기별로 최소 1억~2억원 올랐다. 목동1단지 인근 삼성공인 관계자는 "1단지 전용 91㎡형은 8억원에도 거래됐으나 요즘 호가는10억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목동의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4.65%로 강남 3개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판교신도시 서판교 현대힐스테이트 전용 101㎡형 호가가 8억~10억원 선으로 웃돈이 3.3㎡(1평)당 최고 1000만원 가까이 붙어 있다. 연초에 분양권 프리미엄이 사라져 '로또'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여의도도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개발계획 발표로 아파트값이 올 들어 4.25% 상승하며 바닥을 찍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상반기에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특징은 투자수요 비중이 크다는 점"이라며 "주택을 주거용보다는 투자재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수익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상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시장이 투자 장세로 바뀌면 금리와 유동성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기 때문에 주택 공급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