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유층이 사는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반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금융위기로 미국의 집값 '버블'이 가라앉고 있다면 한국에선 '버블'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는 논란에 휩싸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같은 나라에서도 동네마다 집값이 다를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 일부지역의 급등세는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면 투기적 과열징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충격이 '빅 애플(뉴욕의 애칭)'의 알맹이를 갉아먹었다. "

올 들어 미국 뉴욕 맨해튼을 강타하고 있는 주택시장 한파를 로이터통신은 이렇게 전했다. 미국의 부유층들이 사는 고급 아파트와 세계 유명 기업들의 고급 사무실이 대거 몰려 있어 부동산 불패를 자랑해오던 맨해튼마저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엔 무릎을 꿇어버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올 2분기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의 반토막 수준에 머물렀으며,아파트 평균 가격도 최고 25%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 부동산거래업체 브라운 해리스 스티븐스에 따르면 2분기 맨해튼 내 아파트 거래계약 성사 건수는 총 13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감소했다. 또 2분기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6만3471달러(약 16억700만원)로 25% 하락했고,지난 1분기와 비교해도 1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리먼 파산 이후 금융사 직원들의 연봉이 크게 줄면서 1채당 1000만달러 이상의 고급 아파트 매매 건수가 82% 급감해 주택시장 부진을 이끌었다.

맨해튼 전체 사무실의 평균 공실률은 13.1%로 전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했으며,임대 호가는 7.9% 하락했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 변동을 반영한 4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하락,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양상과 달리 서울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급등세다. 잠실주공 5단지 112㎡형이 최근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2006년 하반기 최고가(13억6000만원)와의 격차가 7000만원까지 좁혀졌다. 지난 해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공시가격(8억5600만원)보다도 낮은 8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8개월 만에 4억4000만원(51.8%)이나 폭등한 셈이다. 같은 단지 119㎡형도 불과 두 달 전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15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2006년 최고 수준보다 불과 1억6000만원 싼 가격이다.

3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5%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마지막주 이후 15주째 오름세다. 상승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만 해도 상승률은 0.04% 이하였지만 6월 셋째주부터는 0.1%를 넘어섰다.

재건축추진 아파트만 놓고 보면 오름폭은 더욱 확연하다. 지난달 둘째주 0.17%에 그쳤던 서울지역 재건축추진 아파트 상승률은 셋째주 0.62%로 집계됐고 지난주에는 0.8%까지 치솟았다. 이번 주에도 0.61%가 올랐다. 강남권 웬만한 재건축 단지는 매매호가가 이번주에만 1000만원 이상 뛰었다.

강남권 집값 상승세는 용적률 상향조정,소형아파트 의무비율 완화 등 관련 규제가 풀린 데다 재건축 연한 완화설까지 불거지면서 투자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북의 노원구와 강북구도 서울시의 '동북권 르네상스' 발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구의 이번 주 상승률은 0.22%로 개발계획 발표 이후 3주 연속 0.2% 이상 올랐다. 강북구도 이번 주 0.19%의 상승률을 보였다.

박종서/성선화/이미아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