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서울시 제도개선안에 반발
정부도 "전국 확대는 불가능"


서울시가 1일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종전 사업 방식을 대폭 손질하기로 하자 건설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 제도개선과 동시에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할 국토해양부는 "지자체별로 재정, 업무 능력 등이 달라 법령을 바꿔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서울시가 구청장 등 공공기관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정비사업자와 시공자, 철거업자, 설계업자의 선정을 맡고, 비용을 부담하는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키로 한데 대해 "정비업체 등 선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구청 등 공무원의 비리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한다면 수주를 위해 조합은 물론 공무원에 게까지 줄을 서는 행태가 만연할 것"이라며 "시 의도처럼 부패 고리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분양가 인하 효과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K정비업체 대표는 "공공의 재개발, 재건축 행정용역비 등 업무 위탁수수료는 일반 정비업체의 수수료보다 10배 이상 비싸다"며 "이 수수료를 모두 조합사업비로 부담해야 한다면 분양가 인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든 용역비를 지자체가 부담한다해도 재정이 취약한 지방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담당 직원이 한 명뿐인 곳도 적지 않다"며 "인력, 재정이 탄탄한 서울시는 몰라도 나머지 지자체는 공공관리자 제도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제도개선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정책이라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2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정비계획수립 비용과 안전진단 비용 등을 지자체장이 부담하도록 하는 등 공공의 역할을 일부 강화해 다음달 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서울시 안대로 법을 바꿔 공공관리자를 도입한다는 것은 '옥상옥'의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공사 선정 시점도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차원에서 원래 사업시행인가 시점이던 것을 지난 2월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앞당겼는데 불과 시행 5개월만에 또다시 사업시행인가 시점으로 원상복귀한다면 시장에 혼란만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에 대해 '공공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실제 법 개정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울시의 제도개선안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실무자회의를 개최했으나 개선안에 대하여는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아 구체안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며 "서울시의 안은 시범사업의 결과를 봐가며 다른 지자체와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검토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