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싱가포르 주요 공사 ‘싹쓸이’
최고 난이도 구간 공사 기술력으로 따내


쌍용건설(회장 김석준)이 싱가포르에서 약 7,000억 원 (미화 5억 5,3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지하철 공사를 단독(지분 100%) 수주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철도·지하철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이다.

이 공사의 발주처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 Land Transport Authority)이며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의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DTL : Downtown Line Stage 2)’ 총 10개 구간 중 최대 규모인 ‘DTL 921공구’를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디자인 & 빌드 (Design & Build) 방식으로 수주했다.

DTL 921공구의 공사기간은 약 82개월이며 이달부터 약 17개월간의 실시설계를 거쳐 오는 2016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DTL921 공구는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 중에도 난이도가 높은 공사라는 평가다. 싱가포르 최고 중심지인 리틀 인디아 (Little India)와 부기스 (Bugis)를 잇는 총 연장 1.065㎞의 지하철과 2개 역사를 건설하는 이 구간 지상에는 번잡한 도로와 폭 25m의 로처 운하 (Rochor Canal)가 지나고, 지하에는 기존 지하철 노선 (North-East Line)이 5m 위로 통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구간 아래 연약지반에는 향후 들어설 10차선 규모의 지하 차도를 위한 167m길이의 박스(Box)형 터널 구조체까지 미리 건설해야 하는 고난도 구간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건설사는 입찰 기회조차 없었던 이 공사에는 쌍용건설 외에도 세계적인 터널구조물 전문회사인 프랑스의 쏠레땅쉬바시(Soletanche Bachy), 터널굴착부문에서 중국의 상하이 터널(Shanghai Tunnel), 건축 부문에 홍콩의 개몬(Gammon) 등이 소위 다국적 드림팀을 구성해 입찰 경쟁에 참여했다.

쌍용건설은 연약지반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공사구간을 가로 지르는 로처 운하를 북쪽으로 영구 이설하는 방안까지 제안함으로써 공사비를 당초보다 미화 1억 달러 이상 증액하면서도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의 안전교육에 직접 참가하는 열의를 보인 것도 발주처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교육에 참가한 김 회장을 위한 맞춤형 1일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인해 싱가포르에서 회사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져 앞으로 2020년까지 미화 400억 달러가 발주될 도로, 지하철 등 인프라 시설부문에서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지난 2007년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건축 프로젝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Marina Bay Sands Hotel / 약 8,600억 원), 2008년 해외 토목 최대 프로젝트인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Marina Coastal Expressway / 약 7,900억 원) 에 이어 이번에 지하철 · 철도 부문 최대 규모 프로젝트까지 연이어 수주했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