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분양받은 사람에겐 집값을 20%씩이나 깎아주니 처음에 정상적으로 분양받아 집값을 전부 낸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닙니까?"(기존 입주자)

"일시불과 분할납부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모든 건설사가 어렵다 보니 손실을 줄이고자 조금이라도 빨리 팔려고 할인해주는 겁니다."(건설사 관계자)

일부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가를 할인해주면서 이미 잔금을 치른 기존 입주자들이 반발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한여름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오후 경북 구미시 원평동 금호건설의 '금오산 어울림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연둣빛 조끼를 맞춰 입은 남녀 약 100명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꽹과리를 치거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금호건설이 포항시 우현동에 지은 금호어울림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다.

이들이 금호건설에 항의하는 이유는 건설사 측이 미분양물을 할인해 팔면서 기존 계약자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전체 449가구 가운데 처음에 분양받아 정상 입주한 주민이 105가구에 불과하다.

129가구는 건설사가 대한주택공사에 넘겨 임대아파트로 전환했고, 나머지 200여가구는 건설사가 3월부터 분양가에서 20~25%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권순주(39.여) 씨는 "처음에 분양받은 사람에게는 전부 다 받았으면서 입주가 시작된 이후인 올해 3월부터 분양받은 사람에게는 20% 이상 할인해줬다"며 "게다가 처음 분양받은 사람 중에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겠다고 버틴 사람에게도 20%를 할인해주는 등 분양가를 정상적으로 낸 40여가구 주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할인받지 못한 채 3.3㎡당 590만~660만원이란 제값을 주고 입주한 사람은 10%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건설사로부터 미분양물을 넘겨받은 주공 측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임대에 나서면서 기존 입주자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건설사가 분양률을 속이거나 기존 입주민에게 저층 위주로 계약해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정태길(44) 위원장은 "할인받은 사람과 비교하면 적게는 5천만원, 많게는 9천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며 "모두에게 할인율을 똑같이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건설사는 미분양물을 빨리 처분하고자 궁여지책으로 할인해준 만큼 기존 계약자까지 할인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어느 건설사나 마찬가지인데 손실을 줄이려다 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분양하기 위해서 할인해 주는 것"이라며 "3년 전에 분양받은 사람은 분할 납부했고, 할인받는 사람은 목돈을 내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건설사가 이런 딜레마가 있는데 구미지역만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현재는 특별한 입장도 없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포항.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