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을 9월부터 완화하기로 하면서 뉴타운 지역 내의 존치구역(재개발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곳)이 술렁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일 도심재정비촉진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후 · 불량주택 비율이 서울시는 해당 지역의 60% 이상,경기도는 50% 이상이 돼야 재개발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한 요건을 각각 48%와 40%로 완화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호수밀도(㏊당 가구수),접도율(폭 4m 도로에 접하는 주택의 비율),과소택지(너무 작은 땅) 등 다른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을 2006년 완화한 상황에서 노후도 기준을 낮춰 재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다른 요건을 충족하고도 노후도 기준을 맞추지 못해 길게는 5~10년까지 재개발구역 지정을 기다려야 했던 뉴타운 내 존치구역에 기대감이 일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의 6,7존치구역에서는 지난주부터 시세보다 3.3㎡당 500만원 정도 싼 급매물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아직 시세가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내놓은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6,7구역의 경우 노후도가 40%대 정도로 시행령 개정 이전을 기준으로 2014년에야 노후도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정이 앞당겨질 듯하다"고 말했다.

동작구 노량진뉴타운에서도 재개발지역에서 제외된 7,8구역이 이번 노후도 기준 완화에 따라 재개발구역 지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작구청에서는 이 지역의 재개발구역 지정을 목표로 현재 접도율 충족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흑석뉴타운의 흑석2동 비계마을 일대도 자체 모임을 조직해 재개발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준비하고 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비계마을의 경우 호수밀도 기준은 충족시켰지만 노후도가 부족해 재개발구역지정이 2010~2011년까지 연기됐었다"면서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을 서울시가 받아들여 관련 조례를 수정하면 곧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재개발 지역에 비해 가격이 쌌던 존치구역 내 지분 가격도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결정고시된 재정비촉진계획안에서 전체 지역의 절반 가까이가 존치구역으로 묶인 금천구 시흥뉴타운이 단적인 예다. 인근의 마은준 태영공인(한경 베스트공인) 대표는 "결정고시 직후부터 존치구역과 재개발지역 사이에 가격 격차가 계속 벌어져왔으나 지난주 국토부 발표를 기점으로 이 같은 흐름이 멈췄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노후도 기준을 48%로 낮추면 낡은 건물이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쳐도 재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행령을 개정해도 서울시가 조례에 반영하지 않으면 국토부의 노후도 완화 방침은 효력을 잃는다. 백준 J&K 사장은 "재정비촉진지구의 절반 이상에 대해 개발계획을 발표해놓아 서울시가 이를 수정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면서 "이른 시일 내 시행령이 시 조례에 반영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