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인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약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워 청약을 망설이는 수요자들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미분양에 혼쭐난 건설사들…분양가 인하 경쟁
이처럼 '물들어 왔을 때 그물을 치겠다'는 전략은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6만채(4월 말 현재)를 넘어서면서 자금 유동성이 악화된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한 전략에서 나왔다. 여기에 청약 열기가 언제 다시 사그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인근 지역에서 분양이 성공한 이후에는 신규 공급 아파트의 분양가를 높이는 관행도 사라졌다.

16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의왕 내손동 포일지구 프라자빌라를 재건축해 19일 분양에 나서는 '우미린'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를 3년 전 관리처분 당시보다 3.3㎡(1평)당 최고 50만원가량 내렸다. 우미린 109㎡의 경우 2006년 관리처분 당시 3.3㎡당 1430만원,168㎡는 1460만원에 일반분양가를 책정했지만 이번에 각각 1380만원으로 인하했다. 지난달 인근에서 공급된 '의왕 내손 래미안 에버하임'의 똑같은 주택형 분양가(3.3㎡당 1400만~1500만원대)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삼성 에버하임도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를 '무기'삼아 의왕지역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고 계약률도 높았지만 우미건설은 분양가를 더 내렸다.

GS건설은 오는 9월쯤 분양하는 의왕시 내손동의 재건축 아파트 '포일 자이'의 일반물량 분양가를 래미안 에버하임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조합 측과 협의 중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청약시장이 연초보다는 나아졌지만 언제 다시 위축될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중대형은 분양 성공을 확신할 수 없어 분양가가 부담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첫 분양에 들어가는 김포 한강신도시의 분양가도 낮아졌다. 우미건설이 17일 1순위 청약을 받는 한강신도시 우미린의 분양가는 3.3㎡당 1041만원이다. 지난해 공급했던 우남퍼스트빌(3.3㎡당 1067만원)보다 평균 27만원 싸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청약 성적이 좋은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이미 공급된 아파트보다 3.3㎡당 200만원 이상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 대책에도 불구하고 분양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지방은 가격 내림폭이 더 크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2월 모델하우스 공개 없이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한 청약에서 '제로' 경쟁률을 보인 경북 구미시 남통동 '금호산 어울림'을 3.3㎡당 평균 480만원대에 공급키로 했다. 애초에 책정했던 분양가(3.3㎡당 평균 590만원)보다 3.3㎡당 110만원을 내린 금액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500만~600만원이었는데 대부분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어 분양가를 더 낮췄다"고 털어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에 혼쭐이 난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