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서울시의 개선안에 대해 조합원 등 대부분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부 땅주인(추진위원회 또는 조합)과 업체 간의 '비리 사슬'이 끊어지면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사업성이 높아지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구청의 위탁을 받아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대한주택공사와 SH공사 등은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진다거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조합원들은 대체적으로 관청이 개입하면 추진위와 조합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일부는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재개발 초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 모씨(57)는 "내 땅을 개발하는데 왜 관청에서 사업자를 정해 주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맙지만 사업주체인 지주들의 의견이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재개발 사업 요건이 깐깐해지면 수익성이 낮아져 사업 수주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입지가 좋지 않은 재개발 구역은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구청은 재개발 사업이 깨끗해 질 것이라면서도 조합과 건설업체가 설계 변경 등을 결의하면 구청으로서는 허가해 주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은밀하게 이뤄지는 비리까지 뿌리뽑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개발사업 기회를 잡게 된 주공과 SH공사 등은 "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서울시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