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0일 내놓은 재개발 제도 개선안의 취지는 일단 긍정적이다. 조합과 시공사 등 철저히 민간 중심으로 진행돼온 재개발 사업에 공공이 적극 개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청이나 주택공사 같은 '공공관리자'가 정비업체 등 재개발 사업 관련 업체를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사업완료 시까지 사업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리토록 한 것은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분쟁 소지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재개발 컨설팅업체 예스하우스의 전영진 대표도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진통이 큰 부분 중 하나가 주민들의 동의서를 걷는 문제"라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주민총회의 직접 참석 비율을 높이게 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가 달렸다. 우선 개편안의 핵심인 공공관리자제도와 관련해 공공관리자들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가 과제로 지적됐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이 중심이 된다고 하지만 그들의 투명성은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정비업체 선정권을 조합장에서 구청장에게 넘긴 것도 현실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정비업체가 300여개나 난립한 상황에서 공정한 업체 선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 제기도 있었다. 장성주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공기금을 통한 주민의 경제 능력 보조와 실질적인 세입자 재정착 방안까지 마련되어야 진정한 공공성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