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첫 분양한 아파트
향후 힐스테이트의 설계 개념 및 이미지 시범 적용돼


현대건설이 서울 성동구 서울숲 근처에 건립, 지난 6월1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원조(元祖) 힐스테이트다. 현대건설이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내놓은 후 2006년 9월 처음 분양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앞으로 현대건설 아파트의 설계 개념 및 이미지를 확인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단지로 꼽을 수 있다. 힐스테이트의 시범 아파트라고도 불린다.

서울숲 힐스테이트 준공이전에도 현대건설의 아파트 가운데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붙인 아파트가 있지만 브랜드 개발 이전에 분양됐다가 브랜드가 개발되면서 준공 때 이름을 붙인 경우다. 때문에 진정한 힐스테이트는 서울숲 힐스테이트부터 시작이다.

지하 2층, 지상 18~29층 총 5개동에 60~304㎡형 12개 타입 445가구로 이뤄진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특징은 조형미를 갖춘 친환경 아파트로 요약된다.

커튼월과 조형물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첫 인상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위기를 띤 외관이라는 것이다. 외벽을 유리로 감싸 마감한 주상복합 아파트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상복합 아파트와 다른 점이 있다. 골조 뼈대에 상당부분 유리로 덮혀 있지만 개방할 수 있는 창문으로 설계됐다.

창문 개수도 많고 창을 여는 방식도 다양하다. 손잡이 위치 조절에 따라 창의 윗부분만 열리거나 밀어서 여는 틸트 앤 턴(tilt & turn)방식이 채택됐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단점으로 꼽히는 환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창으로 덮힌 아파트 전면부에는 알루미늄 느낌의 금속 조형물이 걸려 있다. 기하학적 문양이면서도 단순해 보이는 조형물이다.

금속 조형물에 시선을 끄는 포인트 컬러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색채 디자이너 장 필립 랑클로(Jean Philippe Lenclos) 교수와 협력해 개발한 ‘힐스테이트 통합 색채’ 범위 안에서 서울숲 힐스테이트 외벽에 적용된 컬러와 조화를 맞춰 금속 조형물은 무채색이다.

커튼월과 아파트 전면부의 금속 조형물은 외관미를 강조하기 위한 계획된 설계에서 비롯됐다. 현대건설은 입주자에게 외관 섀시 설치에 선택권을 주지 않는 대신 전면 유리로 설계, 힐스테이트만의 외관미를 추구했다.

현대건설은 입주세대에 따라 섀시설치 여부 및 시기가 다를 경우 아파트 전면부에 금속 조형물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 유리로 마감했다는 설명이다.

유리블록의 기능과 조형미
서울숲 힐스테이트 거실을 확장한 세대에는 유리블록이 마감돼 있다. 금색빛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반투명 유리블록이다.
유리블록은 벽면에 조형미를 더하면서도 입주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맞은편 아파트 세대에서 거실이 보이는 것을 차단해주는 효과다.유리블록은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지만 빛은 받아들인다. 때문에 채광효과는 그대로 유지되는 게 장점이다.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벽면 외에 선큰(sunken)방식으로 조성된 주민공동시설의 중앙부 바닥면에도 사각 모양으로 유리블록이 깔려 있다. 그 위로 물이 흐르는 유리블록이다.
복도 모양의 수로역할을 하는 유리블록은 물의 청량감을 더해주는 기능 말고도 또 하나의 기능을 한다. 바로 지하 3층의 주차장을 밝혀주는 집광(集光)역할이다.

주민공동시설은 지하2층까지 선큰형태로 파여 있고 그 아래는 지하 3층 주차장인데 유리 블록을 통해 빛이 주차장으로 투사되는 것이다.
유리블록 부분의 주차장 천장은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밝다. 비상용으로 전등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소수의 전등만 켜도 그곳의 천장은 훤하다.

유리블록을 통한 빛 투사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어두컴컴하다는 주차장의 이미지 개선과 노약자 보안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현대건설측의 설명이다.

유리블록은 아니지만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외관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는 유리도 있다. 아파트 측면에 완만한 ‘V'를 옆으로 세워둔 듯한 유리 조형물이다.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미국 설계회사인 KMD와 협력으로 다섯 개 동으로 이뤄진 아파트 단지 전체가 한강을 떠다니는 요트를 형상화한 외관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더라도 단지 전체가 요트 같다는 느낌을 갖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아파트 측면의 유리 조형물은 요트의 돛대 이미지가 난다. 대부분의 유리 조형물 꼭지점은 한강을 향하고 있다. 유리 조형물을 보고 있으면 속도감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조형미를 물씬 풍기는 외관을 지녔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