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사는 조모씨(43).서울 삼성동에서 오후 1시에 치러지는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로 집을 나선 조씨는 5분거리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Great Train eXpress) 동탄역 환승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환승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30층(50m) 깊이의 승강장에서 GTX를 타고 10분 만에 삼성동에 도착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아내와 선릉역 부근에 있는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2017 그리스'를 보고 인근에서 식사를 한 뒤 GTX로 집에 돌아온 시각은 오후 4시30분. 2016년 강남 삼성과 동탄신도시를 잇는 GTX 개통 후 달라진 조씨의 가상 현실이다.

지하 50m 밑을 평균 시속 100㎞로 달리는 GTX 건설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경기도가 지난 4월 정부에 제출한 GTX 건설 건의안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타당성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서울과 수도권 연계교통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올 GTX사업에는 서울시와 인천시도 동참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 사업 타당성 조사가 끝나는 11월께에는 GTX의 노선 계획 등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3개 노선 타당성 검토

국토부는 자체적으로 GTX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한국교통연구원에 사업 타당성 연구조사 용역을 맡긴 것.이 과정에서 경기도가 건의한 GTX의 경제적 타당성,교통수요의 적정성,노선별 기 · 종점 및 중간역 위치 등을 함께 검토하고 노선별 투자우선 순위 등 세부 실천계획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세부안까지 마련해 건의한 내용인 만큼 국토부 자체 용역 결과와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광역철도계획에 GTX 사업을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경기도가 사전 타당성 검토를 마친 만큼 이를 참조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마련한 GTX 사업 계획에 따르면 △고양시 킨텍스를 출발해 대곡~연신내~서울역~삼성~수서~판교신도시~기흥~동탄을 잇는 A노선과 △청량리~서울역~용산~여의도~신도림~부평~인천시청~송도로 연결되는 B노선 △의정부~창동~청량리~삼성~양재~과천~금정(군포시)으로 이어지는 C노선 등 3개 노선이 후보 노선이다.


◆삼성역,서울역,청량리역 환승역 '호재'

GTX가 개통되면 부동산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면 반경 100m 이내 부동산 지도가 달라지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GTX가 교차하는 환승역에는 매머드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안에 따르면 GTX의 환승역은 모두 3곳.A노선과 B노선의 환승역인 서울역,B노선과 C노선의 환승역이 될 청량리역,A노선과 C노선의 환승역인 삼성역 등이다.

특히 삼성환승역 예정지는 한전부지 개발과 맞물려 강남역 상권을 넘어서 강남을 대표하는 새로운 역세상권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은 고속철도와 GTX,기존 지하철 1 · 4호선이 연계돼 상권의 급팽창이 예상된다. 청량리도 주변 노후지역 개발과 맞물려 서울 동부지역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경기도 '한 시간 생활권'

평균 시속 100㎞로 달리는 GTX를 이용하면 자동차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일산~강남이 20분 이내로 단축된다. 동탄에서 강남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된다. 동서남북으로 연결되는 GTX를 이용하면 서울과 수도권이 '한 시간 생활권'으로 좁혀지는 셈이다. 이에따라 문화 소비 등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강남 등 문화소비 중심지로 문화소비의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차량 감소 전망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GTX 역마다 대규모 환승주차장을 건설한다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분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